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4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마주보며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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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폐막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북미는 비핵화와 종전선언과 관련한 이견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다만 비핵화 협상 교착국면에서 당사국들 간 다양한 접촉과 의견교환을 통해 후속협상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역내 유일한 다자안보협의체로, 올해는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다소 정체된 북미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다. 북한은 올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고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서 외교행보를 보이고 있다. 11년 만의 남북 외교장관회담 개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게 전망됐으며 북미회담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ARF에서 고립무원 처지에 처한 북한은 올해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뉴질랜드 등과 양자회담을 가지며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갈라만찬 등에서 지난해보다 여유있는 태도를 드러냈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회담 제의는 거부했다.
북미는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선후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싱가포르로 이동하는 시점부터 내내 대북제재 문제를 전면에 꺼내들고 국제사회에 엄격한 제재 이행을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아직 많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으며, 비핵화 약속에 부응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리 외무상은 4일 ARF 연설에서 북측의 선제적 비핵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측이 제재유지를 강조하며 종전선언 문제에 후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맞받아쳤다. 이어 6·12 북미 공동성명 모든 조항의 균형적·동시적·단계적 이행을 촉구했다. 또 미국이 상응하는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북한이 먼저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측에 대한 조속한 종전선언 및 제재완화 요구로 해석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은 철저히 센토사 합의문에 의거해 협상을 하려고 하는데 미국은 항상 주장해왔듯이 선 비핵화 후 체제안전보장을 말하는 것"이라며 "서로 협상을 바라보는 견해가 다르다"고 평가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3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환영만찬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외교부 제공)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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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장면도 있었다. 4일 ARF 회의에서는 리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과의 접촉이 있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을 보좌한 성김 주필리핀대사가 리 외무상에게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을 전달하면서 북미 정상 차원의 신뢰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리 외무상은 강경화 외교장관과 갈라만찬 계기 조우해 종전선언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했다.
종전선언 논의도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ARF 결산 브리핑에서 "계속 협의를 하고 있다. 처음부터 유연성을 갖고 해나가고 있다"며 "미국 중국과 상당한 협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으로부터 종전선언 관련 긍정평가를 이끌어낸 것도 성과다. 왕 부장은 3일 "종전선언이 비핵화를 견인하는 데 유용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일치한다. 정부는 이번에 청취한 북한, 미국, 중국 등 관련 당사국의 종전선언 관련 입장을 중재해 연내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에 4자 종전선언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현재 대남압박 과정이어서 회담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 것 같다"며 "다만 협상 정체 국면에서 여러 접촉과 대화를 통해 의견교환을 하고 친서도 주고받았으니 실무협상을 다시 진행해 이를 이행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현 단계 입장 확인을 통해 한미가 어떤 대응을 해나갈지 논의할 수 있어 나름 의미있다"고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을 평가했다.
한편 ARF 회의 결과로 도출되는 의장성명에는 판문점선언과 6·12 북미합의에 명기된 '완전한 비핵화' 대신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문구가 지난해에 이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의장성명은 회의장에서 나온 전반적인 발언들을 반영하는데 대다수의 나라들이 CVID를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년과 비교했을 때 ARF 의장성명 관련 북한 문제 관련 이견이나 갈등이 크지 않았으며, 대다수 회원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노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와 기대감을 표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3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환영행사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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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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