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남의 '블루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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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바리데기'는 부모의 병을 고치기 위해 온갖 고행을 견디는 내용의 효녀담이다. 공주만 여섯 명이 있는 왕은 일곱 번째 아이마저 공주로 태어나자, 그녀를 옥함에 담아 강물에 띄운다. 아기는 석가세존의 지시로 바리공덕 할아비와 할미에게 구출되어 자라난다. 그녀가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왕은 병을 앓는다. 그는 꿈에서 아기를 버린 죄로 죽게 된다는 말을 듣는다. 버린 아기가 구해다 준 무장신선의 불사약을 먹어야만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조언과 함께. 바리공주는 아버지를 위해 저승을 지나 신선 세계로 간다. 무장신선을 만나 불사약을 받는 조건으로 9년 동안 궂은일을 하고, 무장신선과 혼인해 아들 일곱 명을 낳는다. 돌아온 이승에서 왕은 죽어 있었다. 하지만 불사약과 꽃 덕에 다시 살아나고, 바리공주의 소원을 들어준다.
여성주의 미술가 윤석남은 바리공주를 남존여비사상의 희생자로 본다. 설치 작품 '블루룸'에서 전통적인 아버지의 계보를 거부하고 무속인의 삶을 택하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표현한다. 갖가지 도상학적 특징이 돋보이는 푸른 한지 수공예로 미술관 전체 벽면을 채우고, 푸른 구슬이 깔린 방 한가운데에 바리공주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배치한다. 푸른 생명수를 의미화한 공간은 해움미술관이 10월20일까지 하는 '윤석남'전에서 만날 수 있다. 블루룸을 비롯해 드로잉 작품 100여 점, 자화상 신작 등을 선보인다.
윤석남의 '자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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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소개되는 자화상은 한지 위에 채색화로 그린 작품이다. 나무 위에 인물을 그려온 작가의 새로운 시도로, 얼굴에 시선이 집중되는 구도와 정면으로 쏘아보는 듯한 눈총이 담대한 왜곡의 느낌을 준다. 전통 초상법인 전신사조(傳神寫照)는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과 그 안에 내포된 신기(神氣)를 담은 그림을 말한다. 인물의 살아있는 내재적 정신의 본질을 표현한다. 윤석남은 그 탐구를 위해 다회적인 필법과 섬세한 필치로 대상의 특질을 선으로써 해석한다. 유선욱 학예연구사는 "자화상에서 시류나 이념에 흔들리지 않고 독자적인 예술혼을 펼쳐온 작가의 내력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견실한 태도와 삶의 궤적이 자화상 속 형형한 눈빛처럼 오롯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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