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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살아있는 제갈량의 굴욕…왕후닝, 베이다이허에서 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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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상무위원 추락한 ‘3대 책사’

전문가 좌담회 천시 조직부장이 주관

일각선 "시진핑, 속죄양으로 내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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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왕후닝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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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시진핑(習近平) 3명의 총서기를 보좌해 ‘살아 있는 제갈량(諸葛亮)’으로 불려온 왕후닝(王?寧·63)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반쪽’ 상무위원으로 추락했다.

4일 중국 관영 신화사는 “시진핑 주석의 위탁을 받은 천시(陳希) 중앙조직부장이 4일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하계 휴가 중인 전문가들을 문안 위문하고 좌담회를 열어 의견과 건의를 청취했다”고 보도했다. 왕후닝이 지난해까지 좌담회를 주관한 전임자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의 업무를 인계받지 못하면서 그의 정치적 위상이 위협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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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다이허 롄펑산(聯峰山) 정상에 새겨진 베이다이허 표지석. 산 아래로 국가급 요양소가 밀집한 별장 지대가 펼쳐져있다. [베이다이허=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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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다이허 전문가 좌담회는 중국 전·현직 최고 수뇌부의 연례 비밀회의인 베이다이허 회의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류윈산 이전에는 시 주석이 국가부주석 신분으로 주관했다. 왕후닝으로서는 류윈산이 맡았던 중앙당교 교장을 시 주석의 대학 동창인 천 부장에게 넘겨준 데 이어 또다시 굴욕을 당한 셈이다.

지난달 12일에는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 및 국가기관 정치건설추진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홍콩 명보는 “왕후닝은 류윈산이 맡았던 이데올로기 관리 권한은 인계받았지만, 조직인사와 중앙당교 관리에서 배제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과학계 원로 62명이 참가한 이 날 좌담회에는 후진타오 계열의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동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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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중앙방송(CC-TV)의 왕후닝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동정 페이지. 지난 7월 6일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 3차회의, 17일 당외인사 좌담회, 31일 중앙정치국 집단학습 참가 소식이 게재되어 있다. [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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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후닝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실각론까지 등장했다. 미국에 망명한 인권운동가 웨이징성(魏京生)은 최근 미국의 소리(VOA)에 “많은 사람이 왕후닝의 처세술에 불만”이라며 “시진핑의 속죄양 1순위가 왕후닝”이라고 말했다.

왕후닝은 미·중 무역 전쟁이 불붙은 지난달 6일 이후 17일 열린 당외인사 좌담회와 31일 정치국 회의에만 참석했다. 위상뿐만 아니라 활동도 위축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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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베이다이허에서 열린 중국 과학계 원로들이 참석한 좌담회에서 천시(사진 뒤 가운데) 중앙조직부장과 후춘화(오른쪽) 부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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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낙마설은 억측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이 현직 상무위원을 속죄양으로 삼는다는 것은 반중 매체의 희망일 뿐”이라며 “1인 숭배와 과장된 선전 책임을 물어 선전 계통의 구세력 물갈이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주 국무원 신문판공실의 장젠궈(蔣建國) 주임이 면직되고, 인터넷정보판공실 주임에 좡룽원(莊榮文) 중앙선전부 부부장(차관)이 임명됐다. 좡 주임은 전임자 쉬린(徐麟)과 시 주석의 지방 부하 출신이다.

한편 상무위원에서 정치국원으로 참석자 직급이 낮아진 베이다이허 좌담회는 5일 자 인민일보 4면에 보도되는 데 그쳤다. 통상 1면에 보도되던 관례가 깨지면서 원로의 영향력 발휘 통로였던 베이다이허 회의의 위상도 격하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1953년 마오쩌둥이 시작한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는 1958년 대약진 운동과 대만 진먼다오(金門島) 포격을 결정했다.

왕후닝은 1995년 공산당의 핵심 싱크탱크인 중앙정책연구실 정치조 조장을 맡은 이래 23년간 장쩌민 주석의 ‘3개 대표론’, 후진타오 주석의 ‘과학발전관’, ‘시진핑 사상’을 입안하며 줄곧 출세 가도를 달려왔다.

왕후닝의 추락이 회복 추세인 북·중 관계에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된다. 왕후닝은 지난 3월과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이징 방문 당시 영접부터 회담, 시찰, 출국까지 모든 일정에 배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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