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미국에서 지출한 로비활동 자금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5일 재계와 미국 시민단체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들어 지난 6월 말까지 미국에서 221만달러(약 25억원)를 로비활동에 썼다. 1분기 123만달러, 2분기 98만달러를 지출했다.
지난해 상반기(147만달러)와 비교하면 50.3% 늘었다.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하반기까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으로도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고치(341만달러)를 바꿔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무역 관련 로비활동이 부쩍 늘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제출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로비자금 지출 목적 가운데 무역 관련 사안이 총 37건 중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연방 예산 관련이 4건, 이동통신·세금 관련이 3건으로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반도체·스마트폰 등의 기술특허 분쟁 관련 로비가 많았는데 지난해부터 무역 관련 사안이 크게 늘었다"며 "미국에선 로비활동이 합법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도 치열한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미국에선 마이크로소프트(MS)가 494만달러를 로비활동에 썼다. 이어 퀄컴이 389만달러, 애플이 376만달러를 지출했다. 오라클과 IBM도 각각 370만달러, 304만달러를 로비자금으로 썼다.
삼성전자는 독일 지멘스(224만달러)에 이어 9위로 로비자금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톱10'에 들었다.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로비자금은 2012년까지 한해 100만달러를 밑돌다 2013년 132만달러, 2014년 141만달러, 2015년 137만달러, 2016년 137만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연방 의회에서 걸어서 3~5분 거리에 있는 건물로 미국 현지법인의 워싱턴 D.C. 사무실을 이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올 연말 사무실이 문을 열면 대관 담당 직원도 근무할 예정이다.
재계의 한 인사는 "미국 정치권 대상 로비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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