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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김편의 오디오파일] 레이블 명반 No.1 노르웨이 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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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L 레이블 베스트 트랙 모음집 '2L The Nordic 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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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본격 오디오로 음악을 듣다보면 새 음반에 대한 갈증이 생긴다. 자신이 애초 좋아하던 레퍼토리나 남들이 추천한 명반 리스트를 섭렵한 이후에 묘한 진공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라모폰 어워드나 그래미 시상식의 후보작이나 수상작, 그 중에서도 클래식이나 재즈, 성악곡에 집중해서 새 앨범을 들어보지만 감흥을 못느끼기 일쑤다. 완성도 높은 최신 앨범이라고 해서 곧바로 자신에게도 맞는 컨텐츠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갈수기에 대처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오디오파일들이 믿고 듣는 전문 레이블의 인기작 혹은 이미 검증이 끝난 앨범을 고르는 일이다. 노르웨이 2L, 독일 스톡피쉬, 프랑스 하모니아 문디, 영국 린 레코드, 일본 에소테릭 등이 바로 그들이다. 필자의 경우 이들 레이블에서 나온 앨범은 웬만하면 거의 다 들어보면서 '나만의 레퍼토리 혹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처음 탐구해볼 레이블은 2001년에 탄생한 노르웨이의 디지털 음원 전문 레이블 2L(Lindberg Lyd)이다. '린드버그'는 설립자이자 레코딩 엔지니어인 모튼 린드버그(Morten Lindberg), '리드'는 노르웨이어로 '음, 소리'(sound)를 뜻한다.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의 우수성 덕분에 이 레이블은 지금까지 30여차례나 그래미 후보작에 올랐고, 모튼 린드버그는 '최다 그래미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은 못한' 레코딩 엔지니어 겸 음악 프로듀서로 세계 공인기록을 갖고 있다.

2L은 무엇보다 SACD 포맷(DXD 32비트/352.8kHz)에 멀티채널로 레코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통의 스튜디오 마스터음원이 2채널에 24비트/96kHz 혹은 24비트/192kHz 스펙에 담기는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차이다. 스트리밍 서비스인 타이달(Tidal)을 이용할 경우 2L 앨범 대부분은 24비트/44.1kHz FLAC 파일로 제공되지만, 최근 각광받고 있는 압축 무손실 전송방식인 MQA를 채택했기 때문에 제대로 디코딩할 경우 352.8kHz라는 마스터음원의 샘플링레이트 그 상태로 즐길 수 있다.

2L은 또한 녹음 장소 선정에서도 남다른 자세를 취한다. 녹음 장소야말로 레코딩에 자연스러운 공간감과 잔향감을 심어넣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주로 노르웨이 오슬로 근처의 셀부(Selbu)나 소피엔베르그(Sofienberg) 같은 작은 교회에서 2L 녹음이 이뤄지는 이유다. 녹음 방식 역시 오케스트라의 경우 마이크를 가운데에 놓고 단원들이 빙 둘러싼 채로 이뤄진다. 이 경우 보다 홀로그래픽한 무대감을 만끽할 수 있다.

이렇게 세심한 녹음 끝에 탄생한 2L 앨범들은 대부분 처음 듣자마자 '아, 이 정도인가?' 싶을 정도로 빼어난 음질을 자랑한다. 정교하고 깔끔하면서도 울림과 잔향이 깊은 사운드, 탁 트인 북구의 바다를 떠오르게 하는 드넓은 공간감이 기막히다. 입자감이 아주 곱디고운 것도 특징. 또한 침 삼키는 것이 힘들 정도로 노이즈가 완전히 증발된 적막한 배경도 필자가 파악한 2L 사운드의 빠질 수 없는 매력이다.

여기에 도이치 그라모폰(DG)이나 데카(Decca), 블루노트(Blue Note) 같은 메이저 레이블과는 거의 겹치지 않는 레퍼토리도 2L만의 장점. 누트 뉘스테트(Knut Nystedt) 같은 노르웨이 작곡가나 트론하임 솔리스텐(Trondheim Solistene) 같은 노르웨이 연주자들의 조금은 낯선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점도 솔깃하다. 이래저래 2L은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넓혀가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레이블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2L에서 어떤 앨범을 선택하면 좋을까. 전문가들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신작앨범 대부분이 기대에 못미친 필자의 뼈아픈 경험상, 최소한 필자가 지금도 즐겨 듣는 앨범 위주로 몇가지만 소개한다. 필자보다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고수들은 2016년에 나온 라세 트레센의 'Sea of Names'나 2015년에 나온 송 서커스의 'Anatomy of Sound' 같은 앨범을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몇번을 들어도 뭐가 좋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귀는 솔깃했지만 심장이 벌렁거릴 만한 감흥은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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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 토르센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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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생각하는 2L 최고의 앨범은 2006년에 나온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Mozart Violin Concertos) 앨범. 노르웨이의 딸로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마리안 토르센(Marianne Thorsen)과 노르웨이 최고의 연주단체 트론하임 솔리스텐(Trondheim Solistene)이 연주했는데, 모차르트 바협 4번, 3번, 5번이 차례대로 수록됐다. 타이달 MQA 음원 스펙은 '24비트/44.1kHz FLAC, MQA 352.8kHz'로 돼 있다. 마스터음원이 352.8kHz라는 표식이다.

처음 협주곡 4번의 익숙한 음이 나오자마자 매끄러운 음의 표면과 포말처럼 고운 입자감이 눈에 띈다. 마치 밤새 내린 눈을 새벽 일찍 일어나 뽀드득뽀드득 밟는 듯한 느낌. 특히 바이올린은 바로 앞에 확연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손을 뻗으면 뭔가 잡힐 것만 같다. 이런 음악일수록 이어폰으로 대충 듣는 것은 연주자들이나 레이블에 대한 결례다. 그만큼 제대로 갖춰진 오디오 시스템일수록 2L 사운드는 빛을 발한다. 역사상 최초로 DXD 포맷으로 녹음된 이 앨범은 노르웨이의 그래미라 불리는 '스펠만(Spellemann) 어워드'에서 2006년 최우수 클래식 앨범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 나온 '디베르티멘티(Divertimenti)'도 필청 2L 앨범. 음반역사적으로 블루레이 디스크에 영상이 아닌 음악만을 담은 최초의 앨범이다. 위에서 언급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의 주인공 마리안 토르센과 트론하임 솔리스텐이 다시 만나, 브리튼의 '심플 심포니(Simple Symphony)'와 바르톡의 '현악을 위한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 for Strings)' 등을 연주했다. '디베르티멘토'는 18세기 오스트리아에서 성행했던 기악곡으로, '기분전환'이라는 뜻 그대로 소나타나 교향곡보다 가볍고 이해하기 쉽다.

앨범은 역시나 2L스럽다. 유려하고 매끄럽다. 무엇보다 정보량이 많아 부드러운 물로 '음의 샤워'를 즐기는 듯한 느낌. 칠흑같은 배경 위에 이러저리 뛰노는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 악기들의 풋워크가 마냥 산뜻하고 가뿐하다. 5~7번 트랙으로 실린 그라지나 바체비치의 '현악협주곡(Concerto for String Orchestra)'도 집중해서 들을 만하다. 오리지널 앨범은 블루레이 디스크에 DTS-HD 마스터 오디오, 돌비 트루HD, 돌비 디지털5.1 트랙이 수록돼 스테레오 2채널과 5.1 서라운드 채널로도 즐길 수 있다. 하이브리드 SACD도 마련됐다.

컴필레이션 앨범으로는 역시 2009년에 나온 '노르딕사운드(2L The Nordic Sound)'가 가장 유명하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앨범의 4번 1악장, '디베르티멘티' 앨범의 브리튼 심플 심포니 1악장 등 19 트랙이 담겼다. 이 앨범도 SACD와 블루레이 디스크로 고음질을 만끽할 수 있다. 블루레이 디스크는 24비트/192kHz(dts-HD) 포맷. 수록곡 중에서 오디오적 쾌감이 가장 빛나지만, 자칫 자신의 오디오 시스템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곡은 3번 트랙으로 실린 '컬러라지오네(Colorazione)'로, 2분9초의 짧은 곡이지만 가상의 무대에 넓게 펼쳐지는 악기들의 입체적인 이미지에 소름이 돋는다.

이밖에 2012년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서라운드 사운드 앨범상 후보에 오른 호프 앙상블(Hoff Ensemble)의 재즈 앨범 '콰이어트 윈터 나잇(Quiet Winter Night)', 트론하임 솔리스텐이 차이코프스키와 카를 닐센 곡을 연주, 2장에 담은 'Souvenir part1 & part2'(2012), 노르웨이 작곡가 누트 뉘스테트 곡을 앙상블96(Ensemble96)이 연주한 '불멸의 뉘스테트(Immortal Nystedt)'(2005), 노르웨이 바이올리니스트 아나르 폴레소(Annar Folleso)가 연주한 '바르톡(Bartok)'(2005) 앨범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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