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 한국일보 자료사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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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입사후 연예부로 배치받고 가요 취재를 처음 시작했을 때, S.E.S와 핑클이 내리 데뷔했다.
S.E.S보다 조금 늦게 등장한 핑클을 밀착 취재하던 터라, S.E.S는 방송국에서 얼굴을 마주하더라도 취재하기 쉽지 않았다. 같은 부서 1진이었던 선배가 워낙 철두철미한 성격의 전담 마크맨이었고, 그들 자체도 신비주의를 콘셉트로 해 연차 낮은 기자들의 접근이 어려워서였다.
몇 년후 S.E.S가 해체하고 나서 뮤지컬 배우로 전향한 슈(본명 유수영)를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일본에서 주로 활동중이었던 슈는 S.E.S 활동 시절 멤버들 중에서도 유독 베일에 가려 있었기에 궁금한 게 많았다. 솔로로 처음 만나는 자리였지만, 다소 공격적이다 싶을 만큼 질문을 쏟아냈다.
꽤 긴 시간 대화를 나눠본 결과, 개인적 느낌은 ‘이 친구, 보기보다 백지장 같은 쑥맥이구나’였다.
화려했던 타이틀이 무색하게 너무나 순진하고 순박한 성품의, 다가올 30대를 걱정하며 준비하는 우리 사회의 또래 여성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에서 ‘원조 요정’의 신비로웠던 지난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동료였던 바다와 유진은 뮤지컬 배우와 연기자로 비교적 무리없이 전업한 상황에서, 슈 혼자 확실한 전환점을 찾지 못하고 다소 방황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인터뷰를 마치고 난 뒷맛이 아주 개운하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얼마후 농구선수와 결혼하고 순식간에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데 이어, 급기야는(?) 육아 프로그램 출연 뉴스까지 접하게 됐다.
육아와 남편 뒷바라지에 정신없는 ‘원조 요정’이라…, 처음에는 조금 낮설었지만 제2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고 신선했다.
그랬던 슈가 카지노에서 빌린 불법 도박 자금을 갚지 못한 혐의(사기)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수사 사실이 알려진 직후, 둘째 출산을 앞둔 동료 유진이 장본인으로 엉뚱하게 의심받자 그 상황을 못 견딘 채 서둘러 자신이라고 고백했다. 사회적 물의를 빚으면 잠수타고 꽁꽁 숨기 일쑤인 일부 연예인들과 조금은 달랐다.
설상가상 경제적 위기로 인한 불화설과 이혼설까지 불거졌다. 남편까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지만, “빌린 돈을 전부 도박 자금으로 쓴 건 아니다”란 슈의 주장이 어려워진 집안 사정을 의미하는 것같아 남편의 해명을 마냥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꽤 오랜 시간 지켜봐 온 처지에서 매우 안타깝고 실망스럽지만, 일부에서 수군대는 것처럼 ‘원조 요정의 몰락’으로 몰아붙이고 싶진 않다. 가정과 일을 힘들게 병행해 온 30대 중후반 ‘워킹맘의 시련’ 내진 ‘뒤늦은 일탈’로 표현하고 싶다.
범죄 혐의를 옹호하거나 감싸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겠으나, 한 번의 실수로 끝내고 예전처럼 열심히 살며 재기하는 모습을 다시 보여줄 가능성도 있으므로 ‘몰락’이란 족쇄를 채우기에 다소 잔인하고 성급해 보인단 얘기다.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그 실수와 잘못을 통해 새롭게 바뀌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원조 요정’이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며 지금의 위기를 성실하게 딛고 다시 일어나길 기대한다. 인생의 ‘단맛’은 물론 ‘쓴맛’까지도 모두 알고 대중을 위로할 수 있는 진짜 ‘요정’으로 돌아오길 기다려보자.
when914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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