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1 (토)

[인터뷰①] 주지훈 "'공작' 구강 액션, 절망을 맛봤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1

CJ E&M ©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주지훈은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을 촬영하며 "절망을 맛봤다"고 말했다. '절망'이라는, 다소 극적인 단어에서 녹록지 않았던 연기, 그리고 고민의 과정이 짐작됐다. '공작'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북핵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북측 고위 간부에게 접근한 안기부 스파이 '흑금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주지훈은 북경 주재 국가안전보위부 제2국 과장 정무택을 연기했다. 정무택은 대북 사업가로 위장한 스파이 박석영(황정민 분)을 끊임 없이 견제하고 위협하며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인물이었다. 말과 말이 부딪치는, 일명 '구강 액션'이 주는 긴장감, 그 긴장감에서 비롯된 영화 속 공기를 위해 치열하게 연기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다. "형들은 밑바닥을 봤다고 했다"는 그의 말처럼 연기 베테랑인 황정민과 이성민, 조진웅에게도 결코 쉽지 않았던 촬영이었다.

'공작'에서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변수를 쥐고 있는 인물로 영화의 흐름을 조율했고 결과적으로 주지훈은 '공작'을 통해 또 한 번 '재발견'을 이뤄냈다. 개봉 4일 만에 누적관객수 488만6290명(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하며 흥행 중인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에서와는 또 다른, 분명 새로운 얼굴의 주지훈이었다. 지난 2006년 MBC 드라마 '궁'을 시작으로 어느새 올해 배우 데뷔 13년차가 됐다. 영화 '아수라'(2016년) 이후 성공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면서 배우로서 그의 진가도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는 지금이다. '신과 함께-죄와 벌'로 1000만 배우가 됐고 성수기 극장가 두 편의 텐트폴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공작'으로 데뷔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공작'에서의 치열한 고민부터 여름 극장가 흥행작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주지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뉴스1

CJ E&M ©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공작'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A. '신과 함께'를 찍고 있는데 '아수라'를 같이 했던 사나이 픽쳐스 한재덕 대표님이 전화하셔서는 대본 줄 거 있다고 봐달라고 하시더라. 대본 받아보고 그 다음날 감독님 만나서 하자고 했다.

Q. '공작'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A. 우선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다. 제가 어렸을 때 일어난 사건이라 잘 모르는 얘기이기도 했고 실화라는 점 때문에 더욱 궁금해지기도 했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얘기가 짧은 분량이 아님에도 쑥쑥 잘 넘어가더라. 사실 정무택 역할을 글로 봤을 땐 생동감이 없었다. 그래서 감독님을 만나서 물어봤다. 감독님께 '정무택은 그냥 백에 서 있는 인물이냐, 생동감이 없는 인물이냐, 책에서 볼 땐 그런 인물로 보이긴 한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감독님이 '그랬냐'면서 '글로 볼 때 그럴 수 있지만 영화에서 볼 땐 그렇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영화 완성본을 보고는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자부심을 느꼈다.

Q. '공작'의 정무택은 주지훈이 그동안 연기해온 인물 중 가장 각 잡힌 인물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A. 아, 그런가. 확실히, 군복이 주는 느낌이란 게 있다. 연기를 해야 하는데 제복이 주는 느낌이 있었고 연기에 도움이 돼주는 느낌이 있었다. 의상팀이 군복을 굉장히 정성스럽게, 디테일하게 고심해서 만들었고 제 몸에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연기하는 데 있어 정말 도움을 받았다.

Q. 정무택이 생동감이 없는 인물로 읽혔다고 했는데 출연을 결심하고부터는 인물에 어떻게 접근해갔나.
A. 영화 안에서는 악역인데 캐릭터에 다가가는 내 입장에서는 선역이기도 하다. 당에 충성하는 군인의 마음으로 다가갔다. 정무택의 충성심에서 방해가 되는 것들을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했다. 북한말도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있었다.

Q. '공작'에서 대사 소화가 어렵다고 했었다. 어떤 이유 때문에 대사를 소화하기 어렵다고 했을까.
A. 정말 대사를 소화하기가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사투리는 어렵다. 사투리라는 언어가 갖고 있는 고유한 감정선이 있더라. 내가 표현하는 감정에 집중할 시간도 모자란데 그런 고유한 감정선이 있다 보니 연기하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대사량도 많다. 대사가 진실 일때도 있고, 거짓일 때도 있고, 한 문장 안에 진실과 거짓이 섞여 있을 때도 있다. 그게 뭐든 대사로 전달이 잘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밸런스를 맞추는 게 힘들었다. 대사가 자칫 과하면 극으로 보일 수 있고 리얼리티에 가깝게 소화하면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 그런 지점들이 어려웠다.

Q. 윤종빈 감독은 주지훈에게 현장에서 어떤 것들을 요구했나.
A. 모니터를 봐달라고 하더라. 대본과 신 안에서는 거짓과 진실에 대한 비율이 정해져 있다. 상황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가운데서 배우들도 손짓을 하거나 리액션을 하는데 감독님이 생각했던 그 비율과 미묘하게 어긋나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게 미묘하게 어긋나서 긴장감이 더해지거나 덜해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전달하고 싶은 공기와 분위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되면 감독님이 '다시 한 번만 해달라'고 하셨다. '연기를 이렇게 해달라'고 말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으니 '모니터를 봐달라'고 하시는 거다. 모니터를 보게 되면 비소로 감독님이 뭘 원하는지 알게 된다. 그러면 배우들도 '다시 할게요'라고 하게 되는 거다.

Q. 배우들이 감독이 그리는 그 미묘한 지점을 알아차려야 하는 과정, 모두가 다시 최상의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 느껴진다.
A. 그러다 보니 서로가 굉장히 예민해진다. 후반 작업으로 편집할 수도 있지만 연기에 최선을 다하려 했다. 연기라는 게 굉장히 예민한 작업이지만 이번에는 유독 더욱 그랬다. 형들은 '밑바닥을 봤다'고 했고 나는 '절망을 맛봤다'고 했다. '연기가 이렇게 안 되나?' 싶더라. 그리고 심지어 왜 안 되는지 모르겠더라. 이게 맞겠다 싶어서 한 건데 뭐가 아닌지, 왜 안 되는지 모르는 거다. 게다가 대사가 입 밖으로 잘 안 나간다. 못 외운게 아니고 까먹은 게 아닌데도 그랬다. 미묘한 그 무언가 때문에 거부감이 들고 매순간 NG가 났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다 그랬다. 배우들 촬영이 다 끝나고 스태프가 고생했다고 케이크도 갖고 오고 했는데 아무도 기뻐하지 않았다. (웃음) 정말 다 지쳐 있었다. 해주는 스태프도 지쳐 있고 받는 나도 지쳐 있었다. 너무 고됐다. 정말 고된 작업이었다. 큰 산을 넘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그런 산을 넘었다고 해서 다음 것이 쉬워지는 게 아니더라. 연기는 익숙해지는 법이 없다. '공작'도 6개월을 찍었는데 익숙해지지 않더라.

Q. '공작'에서의 구강 액션은 실제 몸을 쓰는 격렬한 액션과는 또 다른 고충의 과정이었던 셈이다.
A. 각 인물들이 오감을 다 열어놓고 말하면서 긴장감을 다 만들어내야 하니까 힘들었다. 각 장면에서 드러나는 적정의 비율이 무엇인지 너무 알고 있는데 뭐 하나가 탁 틀어지면 모두가 '잘못됐다'고 알게 된다. 싸우는 액션은 실제로 누가 다칠 수 있고 나 역시도 내가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있다. 그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공작'은 말로 긴장감을 전달해야 하니까 뭐 하나 쉬운게 없다고 실감하게 됐다.

Q. 사실 '공작'에서의 비중이 크진 않다. 그럼에도 '이것 만큼은 달성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던 목표가 있었다면.
A. 이 영화는 대본은 정말 잘 써졌다. 어떤 욕심을 부린다거나 하면 안 된다고 봤다. 영화에서 보신 것처럼 정무택은 긴장감을 유발하고 긴장감을 풀어주는 캐릭터라고 봤다. 상대의 감정과 행동을 유발하는 캐릭터인데 그의 행동에선 몇 가지의 딜레마가 있기도 했다. 다 알고 있는 척 하면서 아무 것도 모르고 다 속는 허술함도 있다. 그래서 '자가당착' 그런 조소가 들어있지 않았을까 싶더라. 사람은 변하기 때문에 사상과 철학이란 것도 유연한 거다. 나이에 따라서 사상과 철학도 변화된다. 20대의 리얼리티와 30대의 리얼리티가 다르기 때문이고 어떤 사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도 변화될 수밖에 없다. 정무택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서 '내로남불'의 행동을 하고 자가당착에 빠진 모습을 보여준다. 북한을 적으로 생각하는 조소가 아니고 어떠한 잘못된 신념에 대한 조소를 날려야 하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었던 거다.

Q.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하고 긴장감을 풀어주기도 해야 하는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컸을 텐데.
A. 밸런스 잡기가 힘들었다. 영화가 실화이기도 하고 나보다 더 많은 분량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캐릭터들이 그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도달하기 전에 쉬는 구간이 정무택에 할당됐다고 본다. 그래서 밸런스를 잡기 위해 감독님께 많이 물어보고 귀를 기울였다. 나는 내 생각을 먼저 얘기하기 보다 감독의 얘기를 잘 듣는 배우 중 하나다. 항상 감독 얘기를 일단 듣고 이해하려고 한다.

Q. 윤종빈 감독과 함께 작업해본 소감은.
A. 원래 윤종빈 감독의 팬이고, 그의 작품을 워낙 좋아한다. 이번 '공작' 작업도 너무나 좋았지만 기존 윤종빈 감독 작품 처럼 훨씬 위트 있게 잘할 수 있는데 캐릭터가 그 정도까지 허용되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다음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웃음) 이번에 경험해본 윤종빈 감독은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고 소년 같은 사람이다. 표현을 거칠게 하긴 하는데 그 또한 소년 같더라. 원래 사춘기 때 가장 예민하지 않나. 순진한지는 모르겠지만 순수한 사람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개그 코드도 너무 잘 맞는다. 영화 촬영이 끝나고도 너무 자주 보고 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aluemchang@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