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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대학생이 학교 차로 축제 뒷정리하다 사고…"대학 책임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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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축제로 가장 큰 이익 얻는 건 대학인데도 예방조처 안 해"

연합뉴스

교통사고(PG)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학교 차량을 이용해 축제 뒷정리를 하던 대학생이 학내에서 교통사고를 낸 경우 학생보다 대학 측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방 모 국립대 단과대 학생회장이던 A씨는 2013년 대학 축제의 체육대회가 끝난 뒤 학교 측 화물차를 이용해 전기 배선 정리 작업에 나섰다.

행정실 직원은 별다른 제지 없이 화물차 열쇠를 학생회 측에 건넸고, A씨가 다시 이를 넘겨받은 것이었다.

A씨는 체육대회가 열린 대운동장 쪽으로 화물차를 운전해 가다가 운전 미숙으로 보도를 걸어가던 학생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피해 학생은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었다.

피해 학생은 화물차 소유자인 국가와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국가와 A씨가 함께 피해 학생에게 1억3천3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국가는 법원이 결정한 배상금과 보험사가 피해 학생에게 지급한 보험료 등 2억4천여만원을 모두 지급한 뒤 A씨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대학교에는 과실 책임이 없으니 국가가 대신 내 준 돈을 달라는 취지였다.

A씨는 "학교 직원이 학생 나이를 확인하지 않고 화물차 열쇠를 준 만큼 학교도 책임이 있다"고 맞섰다.

법원은 대학교와 학생 사이의 책임 공방에서 대학교 측에 더 큰 책임을 지웠다. 축제를 통해 가장 많은 이익을 얻는 주체를 학교로 봤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박종택 부장판사)는 "대학 축제를 통해 학생들은 더 큰 애교심을 느끼고 학생회 임원들은 행사를 개최하고 진행했다는 경험을 얻고 보람을 느끼게 된다"며 "결국 이런 것들은 대학교가 얻는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렇기 때문에 대학교도 매년 수천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축제를 개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그런데도 대학교는 축제 예산을 편성하고 화물차 열쇠를 학생회에 건네줬을 뿐 행사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관해선 별다른 배려나 예방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록 국가나 해당 대학교가 궁극적인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해도, 적어도 학생보다는 국가나 대학교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 게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점에 비춰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교통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을 80%로 인정한 뒤 A씨에겐 20%의 책임에 해당하는 4천900여만원을 국가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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