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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지표 충격'에 고민 더 깊어진 한은...또 금리 동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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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을 저울질 중인 한국은행이 연이은 경기지표 부진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달 12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한 소수의견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8월 금리 인상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기업심리, 투자, 생산 지표에 온통 빨간불이 들어오고 소비자물가도 10개월 연속 1%대 저물가를 이어가자 8월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늘고 있다. 8월 금통위 정례회의는 오는 31일 개최된다.

해외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은은 물가 상승세가 전망 경로대로 가는지 확인한 후 4분기(10월 혹은 11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당초 JP모건은 8월 금리 인상을 전망한 바 있다.

그렇다고 8월 금리 인상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9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한은이 통화정책 여력 확보와 금융안정을 고려해 8월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등장했지만 고용과 기업심리, 투자, 생산 지표에 온통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8월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금통위 정례회의에 참석한 이주열 총재./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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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위기 업치락 뒤치락...또 다시 힘얻는 금리 인상 연기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 역전이 발생한 올해 3월 만해도 금통위가 늦어도 7월까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의 양호한 대외 신용도를 감안하면 한미 금리 역전이 당장 외국인 자금 유출을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역전 폭이 커지거나 역전 기간이 장기화하면 소규모 개방형인 한국 경제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에서다.

15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상황도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 힘을 보탰다. 금통위 내에서도 “경기 회복 지원만큼 금융안정을 눈여겨봐야 하는 시점이 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취업자 증가폭이 4개월 연속 10만명 안팎에 그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쇼크가 발생하자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고용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리면 가계 소비 여건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한미 금리 역전 장기화의 부작용 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은 이어졌다. 7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온 배경이다. 고승범 금통위원도 7월 금통위 정례회의 이후인 지난달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경기와 물가 상황 뿐 아니라 금융안정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들어 분위기는 또다시 바뀌고 있다. 경제활력의 핵심 척도인 설비투자가 18년만에 4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한국 경제의 하강 국면 진입 신호가 잇따르면서 8월 금리 인상도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년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소비자물가가 10개월 연속 1%대 저물가를 이어간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저물가의 상황에서 한은이 8월에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10월 금리 인상에 무게를 뒀다. 권영선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금통위 위원들이 경기와 물가 지표가 더 개선되길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며 “한은의 금리 인상 확률은 8월이 10%, 10월 40%, 11월 50% 정도”라고 분석했다.

“금융안정 고려해 8월 금리 인상 나설 가능성도”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위원은 소수의견을 낸 이일형 금통위원을 제외하고도 2명이 더 있었다. 최근 부지한 경기 지표가 발표되기 전이었지만 의사록만 놓고 보면 이들 2명의 위원은 8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금통위에서 의견이 동수(3대3)로 갈리면 한은 총재가 캐스팅 보트(최종 결정권)를 행사하는데, 이 총재가 그동안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 편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경제 성장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금통위가 3대 4로 금리 인상을 결정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한은이 8월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로 동결하고 미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2.00~2.25%로 25bp 올리면 한미 금리 역전폭은 최대 75bp로 벌어진다.

달러를 찍어내는 기축통화국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이 정도로 높아지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국내에 들어온 해외 자금 유출 등 금융시장 안정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 미 연준은 지난 1일 경제 평가를 기존 ‘견조함(solid)’에서 ‘강함(strong)’으로 수정하고 9월 추가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HSBC는 “세계 무역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며 8월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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