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언론들은 3일 중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아세안·중국외무장관 회담에서 CCO 초안에 합의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섰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중국과 아세안이 해양분쟁 해결을 위해 일보 전진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초안은 세계가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한다”며 “역외 국가들의 전략적 목적으로 인해 남중국해의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협력적인 태도를 갖고 공통적인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의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외무장관은 전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중국외무장관회담 개막 연설에서 “남중국해 행동준칙 협상의 기초가 될 초안에 합의했다. 이는 또 하나의 중대 이정표”라고도 언급했다.
그러나 남중국해 문제의 실질적인 진전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COC 초안도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에서 역외 국가인 미국 등 서방 세력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 필리핀 정치 분석가는 “이것은 중국의 또 하나의 계책이다. 전체적인 구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중국이 협상을 질질 끌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COC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법적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 등 영유권 강화에 제동이 걸릴 것을 우려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번 COC 초안은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협상 시한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CCO 통해 남중국해에서 미국을 제외한 아세안 회원국들과의 연례 군사훈련 실시를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 호앙 티 하 연구원은 “역외 국가 배제는 서태평양과 남중국해 수역을 지배해온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아세안에 군사훈련을 제안함으로써 중국은 아세안과 협력관계가 원만하게진행되고 있으며, 외부세력이 남중국해 이슈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호주의 싱크탱크인 호주 전략연구소의 보고서를 통해 동남아 국가들은 지금까지 해양경비대 강화를 통해 중국의 공세에 대응해왔던 왔다고 보도했다. SCMP는 보고서를 인용해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 또는 아세안 회원국 상호 간에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그리고 군사적 충돌의 긴장감을 줄이기 위해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서 해군 병력을 해양경비대 병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 국가들에 있어 해양경비대는 점점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가지게 됐다”며 “해적과 테러, 범죄와 불법조업 등에 따른 것도 있지만 중국의 공세적인 대외 정책에 맞서는 방안으로도 유용하다”는 것이다. 군이 아닌 민간 형태의 대처를 통해 그들의 주권을 보장을 보호하고, 군 병력 배치에 대한 부담을 덜 수도 있다는 것이다. SCMP는 “군사적으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자국 영토와 어민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필리핀은 2013년 해안경비대에 14척 단정과 2기 수송기를 보강했고, 3년 뒤인 2016년에는 14척 함정도 보강했다. 말레이시아도 2013∼14년 신형 단정 105척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베트남은 8척의 해양경비함정을 40척으로 증강했고, 해군 정찰함도 37척에서 71척으로 거의 두 배 이상 강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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