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유포 가능성 있는데도 귀가 조치
불안해 하는 피해여성에 “신변보호 주장 약했고 스마트워치 요청 안해 법 최대한 지켰다”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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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여성대상범죄근절추진단'을 신설하는 등 불법촬영범죄에 대해 강력대응하겠다고 했으나 피해자가 체감하는 느끼는 보호조치 및 대응과는 여전히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불법촬영의 피해자가 된 김다영씨(가명)는 피해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경찰의 적극적인 대처나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경찰,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
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김씨는 지난달 25일 새벽 1시께 갑작스런 경찰관의 방문에 다소 놀랐다. 경찰관은 김씨가 불법촬영, 이른바 '몰카'의 피해자인지 확인하러 왔다고 했다. 카메라 속 영상에는 김씨와 머리 길이, 색깔이 비슷한 여성이 나체로 허리를 숙인 모습이 담겨 있었다. 꽤 먼 거리에서 찍은 영상이지만 경찰관이나 김씨 모두 몰카 속 인물이 김씨임을 알 수 있었다.
김씨는 도촬범이 직선거리로 400m 가량 되는 건물 옥상에서 오피스텔 22층에 사는 자신의 모습을 몰래 촬영했다는 얘기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도촬범의 행태를 수상하게 여긴 건물 거주자의 신고가 아니었다면 김씨는 자신의 몰카 피해 사실도 모를 뻔 했다.
다음날 김씨는 당시 경찰이 도촬범을 현행범 체포 대신 파출소로 임의동행해 간단한 조사를 한 뒤 귀가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이 SD카드만 압수했을 뿐 카메라는 돌려줬고 추가적인 압수수색은 하지 않아 도촬범의 증거 인멸이나 재범 가능성이 있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게다가 도촬범이 김씨의 인상 착의와 주소를 알고 있어 김씨는 밖에 나가기 무섭다고 했다. 이에 경찰은 112신고 버튼 하나 누르면 위치 확인이 가능한 스마트워치 얘기만 했을 뿐,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가해자는 2주 전부터 옥상에서 카메라를 들고 들락날락했다고 하는데도 경찰은 그를 구속하지도, 그의 집을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것 같다"며 "피해자로서 두려움을 호소할 때마다 경찰은 피해자의 상황이나 심정을 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경찰은 계속 법.절차에 따랐다고 반복하는데, 경찰 말이 맞다면 우리 법과 제도가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변보호 요청 안해"… "기관 인식 문제"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해당 경찰서 관계자는 현행범 체포 대신 임의동행한 것은 파출소에서 결정한 사안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김씨가 신변 보호에 대한 요청을 특별히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단일 사안만 갖고 구속 수사를 하는 것은 무리이고 법과 절차를 최대한 따랐다"면서 "게다가 김씨가 신변보호에 대한 얘기는 별로 하지 않았다. 스마트워치도 본인 동의가 있어야만 줄 수 있는데 김씨가 명확한 의사 표명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한 끝에 도촬범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이와 관련, 관계 당국의 인식과 대응책이 아직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다혜 연구위원은 "카메라등 이용촬영범죄는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영장을 청구하거나 구속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며 "영장 청구는 보통 상해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신체적 상해가 있는 경우만 중한 범죄로 보는 등 불법촬영범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불법촬영은 유포 가능성이 있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최대한 빨리 압수수색을 하는게 맞다"며 "피해자가 느끼는 범죄의 두려움 등에 비해 관련 기관이 느끼는 심각성은 여전히 낮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도 "지난해 9월 정부가 내놓은 디지털성범죄 관련 피해방지 종합대책에는 공공장소에서 주요 신체 부위를 촬영하거나 유포한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정부가 공언한 것에 위배되는 사안"이라며 "당시 정부에서 디지털성범죄 전담팀을 운영한다고 했는데 이것이 실효성 있게 작동되고 있는지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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