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아일보DB |
“너희들 더우면 커튼 벗겨라, 다리는 벌려라.”
광주의 한 여자 고등학교 모 교사가 교실에서 여학생들에게 한 것으로 알려진 성희롱 발언이다.
해당 A 여고 3학년에 딸이 재학 중이라고 밝힌 어머니 B 씨는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선생님들이 농담처럼 ‘엉덩이가 크다’, ‘가슴이 크다’, ‘여자는 각선미가 좋아야 된다’ 하면서 살짝살짝 만지고, 엉덩이도 만지고 다리도 만지고 (했다더라)”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B 씨는 “본인 여자친구랑 있었던 이야기들을 아이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이야기를 하고, 어떤 선생님은 자기가 창녀촌에 갔다 왔다는 그런 이야기들도 했다고 한다”며 “아이가 너무 혼란에 빠져 있어서 더 이상 제가 물어볼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A 여고 측은 일부 학생들의 성희롱 피해 신고가 접수되자 자체 전수조사를 벌였고, 전체 학생 860여 명 중 약 180명이 성추행·성희롱 피해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는 11명으로 조사됐다. 이를 보고 받은 시교육청은 경찰·전문상담사 등과 함께 A 여고 전체 학생을 상대로 한 성희롱 피해 여부 전수 조사에 착수했으며 관련 교사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다.
B 씨는 “작년에도 문제 제기를 했었다고 들었다. 교육청 홈페이지 같은 데도 올라온 적이 있었다는데 몇 시간 뒤면 그 글이 삭제되곤 했다더라”면서 그동안 학생들이 침묵한 이유에 대해 교사들이 가진 ‘생활기록부’라는 무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제일 무섭지 않나. 선생님의 위압적인 한마디에 좀 위축될 수 있다. 이번에도 이번 일이 표면화되니까 선생님이 ‘너희들 이런 식으로 하면 생기부(생활기록부) 잘 써줄 수 있을 것 같냐’는 식으로 협박을 했다더라”며 “그것 때문에 여태 말을 못 하고 있었던 것도 있다. 학교 안에서는 선생님들이 그거 하나로 권력자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그것 때문에 아이들이 더 화가 났다”며 “지금 아이들도 여기서 그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더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문제가 더 커졌고, 교육청에서 오게 됐고, 이렇게 전수조사를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B 씨는 아이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자신 역시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애들이 좀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부모들끼리 방관한 것도 참 큰 책임”이라며 “그 선생님들을 다시 만나게 될까 봐 그게 제일 무섭다. 문제가 이렇게 크게 돼버렸으니까 학생들이 증언했던 거를 선생님들이 알고 있지 않나”라고 우려했다.
광주 A 여고의 ‘미투’ 사건과 관련, 광주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 소속 이경호 의원은 “확인 결과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들도 이러한 형태의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있다”면서 “교육청과 학교 내 조사는 끝났다.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충격적인 사실들이 좀 많이 있어서 거론하기는 좀 곤란하다”고 밝혔다. 성희롱과 성추행 수위가 알려진 것보다 더 심하다는 것.
이 의원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11명에 대해선 학생들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출근 정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이 의원은 “(해당 교사) 11명에 대해서는 경중을 따진 후 학교를 다시 출근을 하게 하든지 아니면 처벌하든지 이 부분은 수사당국에서 판단할 부분”이라며 “교육청이 보낸 조사 내용을 감사관실에서 파악한 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건 수사기관에 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교사 11명의 신원에 대해선 “교육청 자체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저희한테 교사들의 명단이 넘어온다거나 선생님들의 입장을 설명한다거나 그런 것은 지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조사 단계여서 (공개가)불가피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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