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랜달 슈라이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전날(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헤리티지재단 행사에서 "미국 항모는 대만해협을 통과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연합뉴스 자료사진] |
대중국 강경파로 분류되는 슈라이버 차관보는 항모 통행권의 근거로 "대만해협이 국제 수역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는 미국이 자국 항모를 '중국 앞바다'인 대만해협에 전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지난달 초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연내에 자국 항모의 대만해협 통과 작전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실행을 보류했다고 전한 바 있다.
미국이 중국의 대만 위협을 빌미로 삼아 대만 수호 의지를 과시하는 차원에서 실제 항모 전단까지 대만해협에 파견할 경우 중국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 양국 간 군사 대치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일 이지스 구축함 머스틴과 벤폴드의 대만해협 통과 작전을 감행했다. 미국은 이전에도 1995년, 1996년 양안 미사일 위기 당시 대만해협에 항공모함 2척과 전투기를 파견해 중국에 경고한 적이 있었고, 2007년 11월에는 항모 키티호크가 대만해협을 지난 바 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대만을 대중국 포위망에 끌어들일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대만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부분으로 대만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전략적 파트너임을 믿는다"면서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등을 통해 대만의 안보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대만의 긴밀한 협력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군사행동을 계속하면 미국은 법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올들어 랴오닝(遼寧)함 항모 전단의 대만해협 통과, 폭격기 편대의 대만 동부 공역 진출 등을 통해 대만을 직접 겨냥한 공세적 군사 훈련의 빈도와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파악된 중국군의 무력시위는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들어선 2016년 5월 이후로 2016년 4차례, 2017년 19차례에 달했고 올해 들어서는 7월 현재 11차례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슈라이버 차관보는 미국이 하와이에서 벌이고 있는 환태평양합동군사훈련(RIMPAC·림팩)에 대만을 초청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운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마지노선은 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이 같은 '대만 카드'를 사용할 뜻을 점차 노골화함에 따라 대만 안팎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리셴장(李憲章)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어떤 선박도 공해 상에서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만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라며 사실상 미국의 항모 파견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후융(胡勇)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의 대만 지지 행보에는 거품이 많이 끼어있다"면서 "미국의 '대만 카드'는 사용하기 힘들고 되레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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