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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일상톡톡 플러스] 치열한 경쟁사회…10~30대 "난 불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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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서울 강남 8학군 등 중심부로 갈수록 한달 과외비 수백만원은 우습다"며 "빈부격차는 교육 격차로 직결되는데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말했다.

B씨는 "돈 있는 이들이 사교육비에 더 많이 투자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나도 돈이 많다면 자식에게 투자할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서민들은 사교육비가 너무 비싸 자녀에게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C씨는 "강남 8학군에선 대부분 서울 4년제 대학을 보내는 반면, 지방 등 외곽 학교들은 일부 학생만 상위권 대학으로 진학한다"며 "이는 결국 사교육비 격차 때문이다. 공부는 버릇이자 습관인데 어렸을 때부터 1:1 과외 등을 받으며 자란 이들은 커서도 열심히 공부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D씨는 "정시 전형 늘리면 사교육 사라지고 흙수저 학생들이 출세할 것 같냐"며 "정시 확대하면 많은 이들이 특목고나 자사고 등으로 모인다. 결국 정시 확대는 학원 많이 가는 부유층에게 이득"이라고 주장했다.

E씨는 "정시 확대는 무한 경쟁이라는 것인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을지 불 보듯 뻔하다"며 "무한 경쟁 시대에선 돈 많은 이들이 90% 이상 가져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F씨는 "사교육은 재산에 따라 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상대적 박탈감 부추기지 말고, 올바른 공교육 확대 늘리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다. 공교육이 제대로 되면 누가 사교육 받겠냐"고 반문했다.

G씨는 "성인이 돼서 보니 학원 다 쓸데 없는 것 같다"며 "아이가 꼭 배우고 싶은 거면 몰라도 부모의 괜한 허영심 때문이라면 의미없는 돈,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

H씨는 "아이들은 학원에서 또 다른 지능과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며 "제1의 교육자인 부모, 제2의 교육자 교사가 아이를 잘 가르칠 수 있으면 좋지만 현대사회에선 이게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세계일보

소득이 많은 가구가 지출하는 자녀 학원비가 빈곤층 가구 학원비의 27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학생학원 교육비'는 24만2600원으로,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8925원)의 27배에 달했다.

전체 소비지출 규모는 5분위(433만원)가 1분위(115만원)의 3.8배 수준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학생학원 교육비의 격차는 상대적으로 훨씬 큰 셈이다.

가계동향 지출 항목의 학생학원 교육비는 주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교과목이나 음악•미술 등을 배우기 위해 내는 비용으로 성인학원 교육비와 구분된다.

월평균 성인학원 교육비는 5분위가 1만4748원으로 1분위(3075원)의 4.8배였다.

학원 외 정규교육 과정에서도 소득에 따라 가구별 지출 규모는 큰 차이를 보였다.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초등교육비는 1만6043원으로 1분위(369원)의 44배에 육박했다.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라 대부분 교육비가 들지 않는 반면, 일부 고소득가구 자녀들이 다니는 사립초등학교는 적지 않은 학비를 내기 때문에 격차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5분위 가구의 중등교육비(1만9967원)도 1분위 가구(1508원)의 13.2배에 달했다. 고등교육비는 5분위 가구가 11만5663원으로 1분위 가구(3만646원)의 3.8배 수준이었다.

최근 사교육비는 교과목보다는 예체능이나 취미·교양 분야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소득에 따라 학원비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은 아이들이 교육 양극화 문제를 정서적으로 느끼도록 한다"며 "학교 수업 보충을 위한 사교육이 필요하지 않도록 공교육을 내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득 따라 학원비 격차 벌어져…교육 양극화 문제 심화

학생 수 감소에도 1인당 사교육비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가계 교육비 증가율이 8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국내 교육비 지출(명목)이 40조9372억원으로, 전년보다 2.8%(1조973억원) 증가했다. 이는 2009년 3.2%(1조2747억원)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교육비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증가율이 둔화했고, 2012년에는 -4.5%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는 사상 최대 감소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2.9%)보다 큰 규모다.

그때부터 4년 연속 이어지던 감소세는 2016년에 멈췄고, 지난해에는 증가세가 확대됐다.

교육비 지출이 40조원대로 다시 올라선 것도 3년 만이다. 2015년에는 39조8202억원으로 2007년(36조7176억원) 이래 가장 적었다.

교육비는 2005년 30조원을 넘고, 2008년엔 40조원에 올라섰다. 2011년에는 42조8121억원까지 늘었다가 이후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미혼 한국인 65.5% "우리나라 아이들은 불행해"

한편 아직 결혼하지 않은 한국인 10명 중 6명 이상이 '한국 아이들은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고 이런 인식이 저출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 절반 이상은 정부의 출생·양육 지원 정책이 자녀를 돌보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지원이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림 연구위원과 유재언 부연구위원은 최근 2018년 제1차 인구포럼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저출산·고령화 시민인식조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저출생 원인 중 하나로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불행할 거란 인식을 제시했다.

조사에서 성인들은 우리나라 아이들이 '불행하다(매우 불행+조금 불행)'고 보는 경우가 52.0%로, '행복하다(조금 행복+매우 행복)'고 보는 생각(48%)을 앞섰다.

특히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미혼자 사이에서 65.5%까지 치솟았다. 상대적으로 결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느꼈다.

세계일보

국민이 바라보는 청년들의 삶은 더 불행했다.

'불행하다'는 응답률이 73.4%까지 올라갔는데 당사자인 19~29세(76.9%), 30~39세(77.9%)는 물론 40~49세(75.7%), 50~59세(75.0%) 등 중장년층에서도 이런 답변이 높았다. 60세 이상 노인에서만 평균보다 낮은 65.0% 응답률이 나왔다.

연구진은 "자녀가 없는 청년층은 우리 나라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의견이 65.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며 "아동의 낮은 행복 정도가 우리나라 저출산의 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저출산 정책이 성인부모의 입장에서 만들어졌다"며 정책 패러다임 전환과 저출생•고령화에 대한 성, 세대, 지역, 계층 등 다양한 사회적 논의 형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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