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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최저임금 8350원 시대]소상공인 불복 선언…'을 대 을' 대결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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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난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소속회원들이 '최저임금 5인 미만 사업장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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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오른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됨에 따라 소상공인들의 불복 운동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영세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불이행이 이어진다면 근로자들과 소상공인들의 갈등 양상으로 번질 수 있어 '을 대 을' 대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14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소상공인·소기업의 생존과 양극화 심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중기중앙회는 논평에서 "이미 영세기업은 급격히 인상된 올해 최저임금으로 사업의 존폐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을 전국민이 공감하는 상황"이라며 "별다른 대안도 없이 최저임금을 추가로 인상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열악한 업종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더욱 빼앗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뒤집혀진 운동장에서 벌어진 이번 결정은 잘 짜여진 모종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마저 상실한 일방적 결정에 불과하다"며 "불과 1년 만에 29%나 오른 최저임금은 월급을 주는 직접당사자인 소상공인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소상공인 모라토리움을 흔들림 없이 실행으로 옮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소상공인들은 폐업이냐 인력감축이냐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기로에 놓였다"며 "소상공인 모라토리움은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고 전국 소상공인들의 총집결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저임금 불이행을 선언하면서 영세 소상공인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수 있다. 최저임금 불이행은 실정법 위반에 해당한다. 실제 올해 상반기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크게 늘어났다. 고용노동부의 '2018년 상반기 최저임금 위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근로감독에서 최저임금 위반으로 적발된 업체는 928곳이었다. 지난해 1~6월 위반 업체(646곳)보다 43.7%(282곳) 늘었다. 같은 기간 고용부의 근로감독을 받은 업체 수는 지난해 8263곳, 올해 9081곳이다. 올해 근로감독 업체 수는 전년 대비 9.9% 늘었는데 위반 업체 수는 43.7%나 늘어난 것이다.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사업장을 신고한 건수도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17만6960건에서 올해 18만9882건으로 7.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는 지난해 상반기 995건에서 올해 1192건으로 19.8% 늘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미달한 임금을 지급한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소상공인 대표자격으로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에 참여한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약 대 약' '을 대 을' 대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권 부회장은 "근로자들이 소상공인을 고발하고 소상공인들도 반발해 알바 수당을 쪼개고 하는 형태가 나타날 것 으로 보인다"며 "(최저임금 인상은)구조적 폭탄을 돌리고 있다고 본다. 사회적 약자들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취약 근로자와 영세소상공인들을 닭장속에 가둬놓고 싸우게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아달라"는 청원이 12일과 13일 오전에만 100여건이 올라왔다. 한 휴대폰 카메라 제조업체는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서 국내 직원 90%가 회사를 그만뒀다. 이 회사 재직자는 "그나마 우리는 베트남으로 가 목숨을 유지했지만 해외 생산시설이 없는 동종업계 회사들은 모두 해당 사업을 접었다"면서 "지금도 겨우 은행 대출을 받아 유지되는 회사들이 수두룩한데 최저임금을 더 올리면 다 죽으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조선소 2차 협력업체 사업주는 "제조업 사장님들은 전생에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 이상인 듯하다"면서 "최저임금으로 죽어야 하는 사람과 살아야 하는 사람 없이 같이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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