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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北-美 약속 안지키면 국제사회 엄중한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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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싱가포르 렉처’ 강연… 양국에 공동성명 조속이행 촉구

동아일보

한달전 김정은 찾았던 곳 깜짝 방문 12일(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의 전망대에서 이 호텔을 지은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문 대통령 오른쪽)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이 전망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달 11일 방문해 화제가 됐다. 싱가포르=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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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북-미가) 국제사회 앞에서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이행과 종전선언 시기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북한과 미국에 지난달 12일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참여를 공개 제안하는 등 북한의 ‘정상 국가화’ 조치를 담은 ‘아세안 구상’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오처드호텔에서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가 주최한 ‘싱가포르 렉처’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과정이 결코 순탄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과거와는 지금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실무협상 과정에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논쟁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북-미 양 정상이 직접 국제사회에 약속을 했기 때문에 여러 우여곡절을 겪는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정상들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신속한 비핵화 이행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을 정상 국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매우 높았다”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약속을 지킨다면 자신의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 이행 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한국과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한다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갈 경우 아세안이 운영 중인 여러 회의체에 북한을 참여시키고 북한과의 양자 교류 협력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에서 북한이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나 미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여할 길을 열어주자고 공개 제안을 한 것.

지난해 9월 독일에서 내놓은 ‘베를린 구상’에 이어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비전’을 내놓은 ‘싱가포르 렉처’에서 북한의 정상 국가화 제안을 담은 ‘아세안 구상’을 제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경제협력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도 (싱가포르처럼) 대담한 상상력을 실천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자 한다”며 “한국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또 하나의 기회가 있다. 바로 남북 경제협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하루빨리 평화체제가 이뤄져 (남북)경제협력이 시작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12일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 수행단과 함께 한 달 전 열린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찾았던 ‘마리나베이샌즈 전망대와 가든스바이더베이를 깜짝 방문했다.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역사적인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을 되새겨 후속 이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당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5박 6일의 인도·싱가포르 순방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이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싱가포르=한상준 alwaysj@donga.com / 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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