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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런던에서 온 편지] 64. 멀어지는 EU 확장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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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유럽연합(EU)으로서 회원국 확대는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입니다.

현재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코소보,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등 발칸 지역 6개 국가가 EU 가입을 원하고 있는데 EU로서는 발칸 국가들이 시리아 문제 등을 두고 유럽과 더욱 대립하는 러시아나, 아니면 중국에 가까워지는 것을 두고 보기보다는 유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여기고는 있습니
이데일리

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1990년대 전쟁과 정치불안 등으로 여전히 부패가 만연하고 인권, 법치 등의 수준이 아직 EU 기준에 한참 못 미칩니다. 또한 이들 국가들의 경제발전 수준이 주요 EU 경제국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미뤄 분명 이들 국가에 줘야 할 EU 보조금도 많아질 텐데, 그렇게 되면 독일, 프랑스 등 경제규모에 맞게 분담금을 많이 내는 국가들은 자국에 혜택이 돌아오기보다는 가난한 국가에 돈을 퍼준다며 반발이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EU 회원국이던 영국이 EU 이민자들이 영국인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영국이 내는 EU 분담금이 영국에 돌아오는 혜택보다 훨씬 많다며 지난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 탈퇴를 선택했죠.

EU 회원국이었다가 스스로 나가는 길을 택한 영국 사례를 한 차례 겪은 EU로서는 새로운 회원국을 받아들이기가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또한 헝가리와 폴란드 등지에서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는데다 이탈리아에서도 새로 꾸려진 정부가 EU에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유로존 탈퇴 움직임도 조금씩 나오면서 기존 회원국들의 불만과 문제에 대해 EU가 적절히 대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 회원국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EU 내부에서도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습니다.

특히 발칸 국가들의 EU 회원국 가입에 대해 독일 다음으로 EU 회원국 가운데 경제가 큰 프랑스의 회의적인 시각이 뚜렷합니다.

지난 5월 헝가리 소피아에서 열린 EU-발칸 6개국 정상회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 확대 문제에 대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15년 동안 걸어온 길을 보면 확대에 주안점을 둔 것이 오히려 EU가 약해지는데 기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발칸 국가들 가운데 우선적으로 몬테네그로와 세르비아가 EU 회원국 가입 협상에서 진전을 보이면서 2025년 정도에는 EU에 가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러나 EU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시각도 있죠.

EU가 발칸 국가들의 회원가입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할 경우 안 그래도 서부 발칸 지역에서 공세적으로 영향력 확대에 나서는 러시아가 발칸 지역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기회를 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U 가입 조건으로 지나친 개혁 수준을 요구하는 것도 발칸 지역에서 거부감과 반발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는 “우리의 회원 가입에 대한 EU의 태도와 입장은 모호한데 반해 러시아는 빛나는 미래를 보장하며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르단 다마노빅 몬테네그로 외무장관도 앞서 “EU는 발칸에서 아주 강력한 라이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국제관계에서 권력의 공백은 없다. 만약 한 플레이어가 발을 빼버리면 다른 플레이어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습니다.

EU도 유럽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러시아 등을 견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EU 외교관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헝가리, 폴란드, 크로아티아 등 현 회원국의 문제를 보면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다른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수가 없다”면서도 “그런데 만약 EU 확장 과정을 중단하면 다시 모멘텀을 되살리기가 아주 어려워진다. 또한 만약 이들 국가들이 중국이나 러시아 쪽으로 기운다면 우리에게 더 불리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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