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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길 잃은 635兆… 연금투자 이끌 핵심인사 절반이 공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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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올해(1~4월 기준) 들어 특히 국내 주식 투자에서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 국민연금 기금이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은 약 135조원으로 전체 기금의 21%에 달한다.

하지만 올 들어 1~4월 중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은 2.41%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이 벤치마크(BM)로 삼는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1.13%포인트 낮은 수치다. 올해 초 증시가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시장보다 더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시장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2016~2017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 상승을 견인한 '패시브(시장 지수 추종 전략)' 전략을 짠 강면욱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국민연금을 떠난 이후 시장의 상황 변화에 맞게 투자 전략 수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비즈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전례 없는 호황이었던 작년 하반기에는 기금운용본부장 공석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올해 들어 미국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 분쟁, 국제 유가 상승 등에 따라 시장이 약세로 돌아선 만큼 투자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데, 결정을 내릴 책임자가 없다"고 했다.

대체 투자 집행액은 목표치의 5분의 1

국민연금이 기금의 5분의 1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해외 주식과 해외 채권의 운용 성과도 저조하다. 1~4월 해외 주식 투자는 0.8%, 해외 채권 -0.33% 등 낮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1988년 국민연금이 설정된 이후 해외 주식과 해외 채권이 연평균 각각 8.37%, 4.84%의 수익률을 올렸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국민연금이 투자 비중 확대를 추진 중인 대체 투자 분야의 경우 투자 결정이 자꾸 미뤄지면서 투자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 계획에서 지난해 말 10.8% 수준이던 대체 투자 비중을 올해 말 12.5%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작년 11월~올해 4월 6개월간 대체 투자 순집행 금액은 당초 목표(2조2225억원)의 5분의 1 수준인 5008억원에 그쳤다.

국민연금 퇴직자 출신의 한 투자 전문가는 "지난 몇 년간 부동산·인프라 등 해외 대체 투자로 수익을 많이 거뒀는데 최근 신규 해외 대체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저금리 상황에서는 비정형적인 대체 투자에서 적극적으로 수익을 찾아야 하는데, 전문가들이 줄사표를 낸 데다 정치권 외압에 따른 수사 등으로 운용 태도가 소극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국민연금 낮은 수익률 기금 고갈 앞당겨

국민연금 기금의 낮은 운용 수익률은 국민 노후 자금의 빠른 고갈로 이어질 수 있다. 2013년 국민연금 3차 재정 추계 당시 보건복지부가 예상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2060년이다. 2013년 당시 기금 운용 수익률 추정치를 '2015년 6.8%, 2016년 7.2%'로 가정해 얻은 결과다. 하지만 실제 수익률은 지난해(7.28%)를 제외하고 2015년 4.57%, 2016년 4.75% 등 정부 예측을 밑돌았다.

한 자산 운용사 부사장은 "국민연금 수익률이 연간 1%포인트 떨어지면 연금 적립금 고갈 시기가 7년 앞당겨지는데, 기금운용본부장을 수익을 낼 사람이 아닌 정부 눈치를 맞출 사람으로 뽑는 건 국민 개개인의 노후를 볼모로 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을 공공임대주택 사업 같은 경제성 없는 데 투자해 손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 시장 불확실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시라도 빨리 전문성을 갖춘 기금운용본부장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전광우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의 첫째 조건은 중장기 관점에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조화롭게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 운용에 개입하는 것은 투자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양모듬 기자(modyssey@chosun.com);정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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