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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佛 크리스털-韓 족자드레스 첫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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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섭교수, 공동전시회 열어

동아일보

프랑스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의 식기와 한국 전통 방짜유기를 함께 놓은 테이블 옆에 선 간호섭 홍익대 교수. 뒤편에는 드레스 8벌을 이어 만든 간 교수의 작품이 걸려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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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비가 정교하게 수놓인 동양의 족자(걸개그림). 그 옆에는 족자 속 그림에서 살아 나온 듯한 크리스털로 만든 붉은 나비가 앉아 있었다.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동양화와 서양의 장식품은 뜻밖의 조화를 이루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9일 한국패션문화협회 회장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 교수(49)가 250년 전통의 프랑스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Baccarat)’와 함께 전시회를 열었다.

이번 전시에서 간 교수는 유럽 전통의 크리스털 작품과 한국의 조형미를 담은 그의 대표 작품 족자의(족자 모양의 드레스)를 한데 모아 동서양의 조화를 표현했다. 이날 전시가 열린 서울 용산구 소월로 메종 바카라에서 만난 간 교수는 “바카라는 유럽에 뿌리를 둔 브랜드지만 동양적인 모티브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공동 작업을 기획했다”며 “국경과 분야를 초월해 다양한 협업이 이뤄지는 시대를 맞아 도전정신으로 연 전시”라고 말했다.

한국 국적의 아트디렉터가 바카라와 공동으로 전시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카라는 1764년 프랑스 동부의 바카라 마을에서 탄생해 식기와 보석, 샹들리에 등 황제와 귀족을 위한 제품을 만든 브랜드다. 2016년 기준 1억4800만 유로(약 186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가수 빅뱅 멤버 지드래곤이 운영하는 제주도의 한 카페에 걸려 있던 3억 원 상당의 바카라 샹들리에가 카페 방문객의 실수로 파손되는 일이 일어나면서 또 한 번 주목받은 바 있다.

이번 전시에도 바카라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간 교수의 시그너처 작품인 족자의와 함께 걸렸다. 자개와 스팽글, 자수 등을 수놓아 전통 민화 등을 표현한 족자의는 화려한 샹들리에의 불빛을 받아 잔잔하게 빛났다. 간 교수는 바카라의 크리스털 촛대와 잔, 서양식 은수저와 함께 전통 방짜유기와 식탁보를 놓은 테이블도 전시했다. 그는 “지금은 옷과 식기에 그쳤지만 전시를 발전시키면 한국의 자개장 등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 산업도 현대적이고 세계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간 교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산업 전반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컬래버레이션(협업)의 현주소를 짚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패션업계는 물론이고 화장품이나 식음료, 정보기술(IT) 업계까지 경계를 뛰어넘은 이색적인 협업이 한창이다. 간 교수는 “이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협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동양과 서양은 물론이고 감성과 과학, 아름다움과 기술 등 어울리기 힘든 것들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나와 같은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그에게 영감을 주는 것도 단연 협업이다. 회장을 맡고 있는 한중패션산학협회를 통해 지난달 중국에서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중국의 유명 패션스쿨은 물론이고 산업계까지 함께 참여한 산학협력 행사다. 10월에는 기아자동차와 협업을 진행한다. 자동차에서 영감을 받아 의류를 만들어내는 독특한 작업이다.

간 교수는 앞으로 패션업계에만 머무르지 않는 다방면의 협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공학도들과 함께 인체에 편안하게 잘 맞으면서 외양도 아름다운 첨단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지금은 실험적인 시도일지 몰라도 내 노력이 후세에 등장할 재능 있는 사람에게 작은 영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간 교수의 전시는 13일까지 이어진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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