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팩
인천에 위치한 ㈜제팩 본사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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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를 성형하는 기계인 ‘제하미’. |
제조업체에 생산성 향상이란 성공을 향한 출발점과도 같다. 그럼에도 제한된 공간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자동화 설비 도입을 망설이는 기업이 많다.
최근 ㈜제팩이 도입한 협동로봇은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해 주목된다. 인천에 위치한 ㈜제팩은 제함기, 테이핑기, 컨베이어 포장기계부터 로봇 팔렛타이징까지 토털 패킹 시스템을 공급해 온 포장기계 1세대 강소기업이다. 포장 산업에서 로봇화가 필수라는 점을 깨닫고 포장기계 기업 최초로 로봇 사업부를 설립하고 유니버설 로봇 사업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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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팩이 선보이는 신세대 협동 로봇인 유니버설로봇(UR·Universal Robots)은 하루 안에 설치 가능하며 직관적인 프로그래밍으로 전문 기술자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소규모 작업장에서도 안전하게 협업할 수 있고 작고 가벼워 다양한 용도에 맞게 배치하기도 쉽다. 평균 투자비용 회수 기간도 6개월 정도로 짧아 로봇 자동화를 고려하는 중소 제조업체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유니버설로봇은 사람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설계됐기 때문에 로봇에 펜스가 없으며 누구나 30분 정도의 교육이면 간편하게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 이런 유니버설로봇은 포장작업 중 박스에 상품을 자동으로 넣어주는 케이스 패킹과 어렵고 반복적인 일을 대신하게 한다. 라인이 바뀌거나 제품이 변경되어도 간단한 프로그램의 변경만으로도 대응할 수 있다.
제팩의 이준제 대표가 유니버설로봇 시장에 진출하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이 대표는 2015년 스페인에서 열린 전시회에 참가했을 때 처음으로 유니버설 로봇을 봤을 때 기억을 떠올리며 “솔직히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유니버설로봇의 범용성과 기능을 볼 때 향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 본 것이다. 향후에는 로봇이 사람의 다양한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 로봇을 움직이는 사람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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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팩의 기존 대표적인 제품은 포장박스를 자동으로 공급해 박스 하부 날개를 접고 테이핑을 함으로써 박스를 성형하는 기계인 ‘제함기’다. 이외에도 ‘박스 테이핑머신’, 제품과 박스를 이송하는 벨트와 롤러컨베이어 공장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렉시블 컨베이어’, ‘스파이럴 컨베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박스적재 라인은 로봇과 함께 사용되는 ‘팔레트컨베이어’ 및 ‘팔레트매거진’ ‘스트레치래핑머신’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삼성을 비롯한 LG, CJ, 롯데, 해태 등 식·음료 및 유통, 전자 분야 대기업들의 포장라인에 제팩의 시스템을 도입했다. 발 빠른 기술 대응과 토털 패킹 시스템 선점효과 덕분에 미국, 중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이란,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칠레, 말레이시아 등 20여 개국 수출 실적도 확보했다.
한편, 제팩은 사람을 키우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로봇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SI 분야를 공부한 인재가 업계에 많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산업이 태동기라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적다. 그래서 일찌감치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기술을 전수하여 인재를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제팩은 전 직원이 엔지니어로 구성되어 있다고 봐도 좋을 만큼 기술친화 기업이다.
한편 제팩은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최근 큰 폭으로 늘어가는 이커머스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고객에게 빠르게 배송하는 것이 경쟁력인 시대에 아직까지 포장은 거의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새롭게 생성된 이커머스 시장에서 포장작업을 자동화하는 기계 개발은 선진국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이 시작된 점을 착안했다. 제팩은 10여년 전부터 노력을 기울여 기계를 개발하고 있고 이커머스 관련 포장기계를 제조하는 프랑스의 e-3neo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서로의 설비를 공유하고 있다.
제팩의 유니버설 로봇 시연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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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과 소통 중시… 후배 양성에도 힘써” 이준제 대표 인터뷰 ▼
제팩이 설립된 1989년 이전엔 포장산업의 시설기반과 위상 등이 전부 미약했다. 이준제 대표는 제팩을 설립하기 전 해태상사 포장사업과에 6년간 근무하면서 포장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았다. 이후 한국에도 산업을 아우르는 토털 패킹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품고 독립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국내 포장산업 발전을 이끌어왔다.
이 대표는 외환위기라는 혹독한 시기를 겪으며 회사가 부도 위기까지 갔었던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한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까지 포장 하나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기술력과 노하우 측면에선 자신 있었기 때문에 1996년 2월 현재의 기업명인 ㈜제팩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새롭게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그가 포장산업 한 우물만 뚝심 있게 팠던 이유에 대해서는 “재미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새로운 기술을 배워가다 보니 이전에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다시 그것에 매료되었다”고 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이 대표는 공간 구성에 대한 재능을 바탕으로 포장 기계 쪽으로 기술을 발전시켰다. 기술과 인재 역량을 통해 반전을 이룬 경험을 그는 지금도 중요하게 여긴다. 그가 현재 200명에 육박하는 ‘포장기술사’ 후배들 양성에도 힘쓰는 배경이다.
제팩의 ‘열린 기업문화’는 또 다른 강점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업환경을 구성해주기 위해 이 대표는 고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나를 움직이는 것은 직원들이다”고 평소 말하며 직원과 상호소통을 중요시 여긴다. 독일 디자인 기업에 억대 규모의 디자인 의뢰를 할 정도로 디자인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점도 눈에 띈다.
한편, 이 대표는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은 선진국 기업문화로 거듭나기 위해서 언젠가 받아들여야 하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정부 지원 사업 중 소위 ‘눈먼 돈’을 차지하기 위한 사업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정부는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새는 부분이 없고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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