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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7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에서 제3차 불법촬영(이른바 몰래카메라) 규탄 집회가 열린다. 1차(주최 측 추산 1만2000명)와 2차(4만5000명) 때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집회와 달리 이 집회엔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다. 집회의 성격에 동의하고, 여성들에게 지지를 표하고 싶은 ‘생물학적인 남성’은 집회에 참여할 수 없다는 얘기다. 남성들을 배제하기보다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여성들의 집회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남성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페미니즘을 받아들이고, 페미니스트가 되겠다는 남성이 하나둘 늘고 있다. 남성인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을 첫 번째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고 호명했다.
공공연하게 페미니스트라고 밝혀 온 기생충박사 서민 단국대 교수(51)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페미니즘 책을 읽다가 일상의 사소한 언어조차도 성차별의 결과물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며 “예를 들어 남편을 잃은 여성을 ‘미망인’이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는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건 명백한 성차별적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여성혐오 논란에 대해 “여혐은 인터넷 상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는 여성의 입을 더 이상 열지 못하게 탄압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 같다”고 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추모 시위와 최근의 불법촬영 규탄 시위를 보면서 그는 “두 사건 모두 여성들이 나의 일처럼 느끼면서 행동하게 된 것”이라며 “누가 시킨다고 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느끼는 억울함이 표출돼 모인 것”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또 “여성보다 남성 페미니스트에게 발언권이 주어지는 현실이 우리 사회의 슬픈 단면”이라며 “보다 많은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배우고 함께 참여해야 한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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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지난 5월19일과 지난달 9일 서울 지하철 혜화역 인근에서 불법촬영 규탄 집회를 열어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라고 외쳤다. 첫 번째 집회에 1만2000명의 여성이 모였고, 2차 집회엔 4만5000명이 모여 그동안 쌓였던 여성차별에 대한 울분을 쏟아냈다. 이날 오후 3시 3차 집회가 예정돼 있다.
일부 페미니즘 진영에서 남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분위기가 읽히지만 남성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현상조차 여성들의 최소한의 자기방어 기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평범한 30대 남성인 A씨도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현재 여성들만 참가할 수 있는 혜화역 시위가 아쉽기만 하다. 그는 “사회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선 남성들도 같이 연대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남성들이 참가할 수 있게 되면 꼭 한 번 나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인들에게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면 “‘너는 누구 편이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며 “여성이 페미니즘을 얘기하면 욕을 더 먹을 수 있는데 남성이니까 그 정도로 넘어가는 거다. 발언권을 가진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더 활발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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