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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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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정책 물러선 메르켈…"대연정 붕괴 막았지만, 정치적자본 고갈"(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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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기독민주당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일(현지시간) 연정 파트너인 기독사회당과의 난민정책 협상을 위해 베를린에 위치한 기민당 본부에 도착하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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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난민 포용정책을 대표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연정(聯政) 파트너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 겸 기독사회당 대표의 사퇴카드에 밀려 결국 한 걸음 더 물러났다. 난민 강경파의 의견을 받아들여 대연정 붕괴라는 당장 눈 앞의 위기는 막아냈지만, 지난 13년간 유럽(EU)의 리더십을 이끌어 온 '정치적 자본'은 고갈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과 기사당은 2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진행된 협상을 통해 독일-오스트리아 국경지역에 난민 심사를 위한 센터(transit center)를 만들고, 다른 국가에 망명신청자로 등록된 이들은 해당국가로 돌려보내기로 합의했다. 또한 첫 신청국가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오스트리아가 난민을 받아들이도록 하기로 했다.

이는 앞서 제호퍼 장관이 주장한 내용을 기반으로, 관련국가와의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메르켈 총리의 조건을 붙인 일종의 절충안이다. 제호퍼 장관은 "격렬한 논의 끝에 국경에서 불법난민을 저지하는 방안에 합의했다"며 앞서 밝힌 사임의사를 철회했다.

메르켈 총리 역시 "좋은 타협점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EU 내 파트너십 정신을 보호하면서 2차이동(다른 EU국가에서 독일로 이주)도 통제하는 조치"라며 "관련국과의 조정없이 일방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메르켈 총리는 제호퍼 장관이 요구해 온 난민추방안이 솅겐협정(EU 회원국 간 무비자 통행조약)과 EU통합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연정 내 갈등은 봉합국면에 들어갔지만, 갈 길은 멀다. 당장 또 다른 연정파트너인 사민당의 동의 여부가 관건이다. 국경을 맞댄 오스트리아와의 협상도 불확실하다. 세부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난민심사와 송환 등이 이뤄질 지도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NYT는 지적했다.

특히 유럽식 자유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빛바란 총선승리에 이어 또 다시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NYT는 "메르켈 총리가 이번 합의로 총리직을 유지하게 됐지만 독일 정치권내에서도 반난민 포퓰리즘과 민족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얼마나 오랫동안일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르켈 총리가 아닌)제호퍼 장관과 보수당원들에게 있어 승리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최근 몇년간 난민이슈가 대두하며 메르켈식 EU통합파가 아닌,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이 대표하는 극우세력이 각국에서 대두하는 추세다. 독일 마샬펀드의 베를린 사무소 소장인 토마스 클라인-브록호프는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자본은 고갈됐다"며 "메르켈 시대의 마지막 장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EU 내 난민규모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하며 늘어났다. 지난해에만 70만명의 난민이 EU에 망명을 신청했다. FT는 "난민이슈는 재정위기만큼 EU 내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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