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검진 시행하지 않을 경우 2030년 간 질환 사망 1만8640명 실 시 땐 4679명으로 감소 전망"
C형 간염 국가건강검진을 빨리 도입할수록 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는 최근 대한간학회가 주최한 국제 간연관심포지엄에서 C형 간염 항체 검사가 국가검진에 포함되지 않으면 2030년까지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1만8829명, 간세포암종 환자 2만4084명, 간 이식 대상자 798명, 간 질환 사망자가 1만8640명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국내 C형 간염 환자는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치료를 받은 환자는 15~23%인 4만5000~7만 명 수준이다. C형 간염은 감염돼도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진단이 늦어져 대부분의 환자가 감염 여부조차 알지 못한 채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다. C형 간염을 방치하면 간암·간경변증 같은 치명적인 간 질환으로 악화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국가검진을 도입하면 누적 환자와 사망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저렴하고 간단한 항체 검사로 진단 가능
연구결과에 따르면 올해부터 C형 간염 국가검진을 시행할 경우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3950명, 간세포암종 환자 5750명, 간 이식 대상 환자 275명, 간 질환 사망자가 4679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비대상성 간경변증을 기준으로 보면 국가검진을 시행했을 때 환자 수가 79%(1만4879명)나 줄어든 수치다. 특히 C형 간염 국가검진 시행 시기가 늦춰질수록 간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C형 간염 국가검진을 2019년, 2020년에 시행하면 간 질환 사망자 수가 각각 6082명, 7437명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C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없어 조기에 진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C형 간염은 간단한 항체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고 검사비도 저렴한 편이다. C형 간염으로 진단되면 8~12주 동안 약을 복용하면 치료할 수 있다. 문제는 C형 간염이 환자의 자각 증상이 거의 없는 혈액 매개 감염 질환이란 점이다. 환자는 감염 여부를 모르기 때문에 감염 확산 우려가 크다. 감염 경로를 통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C형 간염을 비용·효과적으로 예방·관리하려면 국가검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도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가 C형 간염 국가검진을 빨리 도입할수록 질병 부담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C형 간염 유병률은 5%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질병의 치명도와 악화 요인 증가, 의료비 감소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국가검진의 실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C형 간염은 완치 가능한 치료법이 나와 있어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2030년까지 C형 간염 퇴치를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보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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