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 보존·복원 위한 맞춤형 치료 암 진단부터 수술까지 1주일 안팎 최신 방사선 치료로 암세포 소멸"
유방암 환자에게 수술은 치료의 끝이 아닌 시작이다. 특히 20~50대 ‘젊은 유방암’이 많은 우리나라는 암의 완치와 더불어 여성성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 고대안산병원 유방암 다학제팀은 진단부터 치료에 이르는 ‘토털 케어’ 시스템을 통해 환자 중심 치료를 구현한다. 첨단 진단 시스템과 최소 절제술, 유방 즉시 재건술로 환자의 남은 삶의 질을 고려한 맞춤 치료를 선보인다. 유방암의 아름다운 완치를 지향하는 고대안산병원 유방암 다학제팀을 찾았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고대안산병원 유방암 다학제팀은 암의 진단, 수술, 항암·방사선 치료를 아우르는 ‘토털 케어’ 시스템을 통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프리랜서 김동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따라서 유방암 환자에겐 진단부터 치료 후 삶을 고려한 ‘토털 케어’가 필요하다. 유방내분비외과 손길수 교수는 “유방암 환자는 암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 못지않게 치료 후 외모 변화에 따른 위축감과 두려움, 주위의 편견 등에 상처를 입는다”며 “완치는 물론 환자의 남은 삶의 질을 고려한 맞춤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방암 적정성 평가 3년 연속 1등급
고대안산병원의 유방암 ‘토털 케어’는 10년 전 암센터 내 유방암 다학제팀이 구성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유방내분비외과·성형외과·영상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 등 관련 진료과가 밀접하게 소통하며 적정 진료, 맞춤 치료의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환자를 향한 의료진의 열정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유방암 적정성 평가 3년 연속 1등급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는 진단·수술·방사선 치료 등 17개 평가 지표 중 16개 부문에 만점을 받으며 지역 거점 병원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핵심은 다학제 협진이다. 매주 1회 이상 관련 진료과가 모두 모여 환자의 건강 상태와 암의 위치·크기에 따른 최적의 치료 방안을 모색한다. 암 진단부터 수술까지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 안팎에 불과하다. 유방내분비외과 장영우 교수는 “치료 시간이 짧아질수록 환자의 심리적·경제적 부담은 줄어든다”며 “빠른 시간 내 최상의 치료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고대안산병원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유방암 다학제팀은 진단부터 공을 들인다. ‘초음파-MRI 융합영상’을 통해 진단 속도와 정확성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민감도가 높은 자기공명영상촬영(MRI)과 진단·조직 검사가 간편한 유방 초음파의 장점을 결합한 방식이다. MRI 검사 결과를 초음파 진단 영상에 실시간으로 연결해 암이 의심되는 부위를 이중으로 확인한다. 다른 병원에서는 보기 힘든 진단 기법이다. 영상의학과 서보경 교수는 “MRI를 이용하면 초음파·X선으로 볼 수 없는 수㎜ 크기의 암세포를 발견할 수 있지만 양성 종양이나 정상 조직과 구분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며 “초음파·MRI 결과를 동시에 확인하면 의심되는 부위만 조직 검사를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수술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고대안산병원에서 2013~2015년 유방암 환자 55명을 대상으로 초음파 진단과 ‘초음파-MRI 융합영상’ 진단을 적용한 결과, 초음파로는 보이지 않는 암세포 21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절반 가량은 검사 결과가 제대로 반영된 ‘맞춤 치료’로 선회할 수 있었다. 관련 연구는 지난해 국제학술지 ‘임상유방암’에 실리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1~2기 환자는 유방 부분 절제술 우선
유방암 수술도 유방을 최대한 보존하는 쪽에 무게를 둔다. 암 크기가 작은 1~2기 환자는 유방의 일부를 제거하는 부분 절제술을 우선 고려한다. 흉터가 최대한 보이지 않게 가슴 밑 라인과 겨드랑이, 유륜 부위를 째는 유방 보존술을 적용해 미용상의 문제를 최소화한다.
유방 보존술 후 남을 수 있는 암세포는 최신 방사선 치료 장비로 마지막까지 없앤다. 고대안산병원의 치료 장비(레피드 아크)는 환자 주변을 360도 회전하면서 종양을 3차원적으로 인식해 한번에 치료한다. 방사선 조사량이 기존 장비의 10분의 1에 불과해 환자 부담이 적다. 방사선종양학과 윤원섭 교수는 “병원 방문으로 인한 환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방사선 치료 시간도 추가적인 외래 검사 일정에 최대한 맞춘다”고 말했다.
유방을 모두 제거하는 전절제술 환자에게는 유방 재건술로 자신감을 심어준다. 고대안산병원은 2000년대 초부터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유방 재건술을 시행하며 노하우를 축적했다.
유방 재건술을 맡은 성형외과 김덕우 교수는 최근 5년간 100여 건의 수술을 집도했다. 수술이 쉬운 보형물 대신 미세 혈관을 잇는 복부의 자가 조직을 주로 활용해 자연스러운 가슴을 만들어낸다. 복부 조직을 뗄 때조차 함부로 칼을 대지 않는다. 혈류량 측정을 위해 ‘인도시아닌그린’이라는 염색 물질을 주입한 뒤 특수 적외선 카메라로 보고 혈액이 잘 도는 부위만을 골라 뗀다. 김 교수는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이식 후 괴사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고대안산병원이 최초로 도입한 방법으로 현재 신의료기술 등재를 앞두고 있다. 유방 재건술은 전절제술 후 즉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유방내분비외과가 암을 제거하는 동안 성형외과는 동시에 복부 조직을 떼내 전체 수술 시간을 3시간 가량 앞당긴다. 장영우 교수는 “재건술을 받는 환자는 칼 대신 열이 나는 가위 모양의 특수 장비(리가슈어)를 이용해 암을 떼는 동시에 주변 조직을 지혈한다”며 “출혈량이 적어 연속적인 수술이 가능하고 환자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SCI급 학술지 논문 32편
환자를 향한 유방암 다학제팀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방암 정밀의료연구회’란 모임을 결성해 정기적으로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최근 3년간 다학제팀이 SCI급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32편에 달한다.
최근 유방암 다학제팀은 세계 최초로 컴퓨터단층촬영(CT)·MRI 등 영상 진단 결과만으로 암의 악성도를 평가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암의 형태나 주변의 혈류량을 영상으로 파악해 암의 전이·악화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다. 손길수 교수는 “현재 의료진과 환자 간 소통은 어느 병원보다 활발하다”며 “유방암 환자의 아름다운 삶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