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으로도 악화 환자 3분의 1은 매년 입·퇴원 반복 의료비 부담은 심장 질환 중 최고"
심장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마지막 단계에 찾아오는 심장병이있다. 심장 기능이 떨어져 신체에 혈액 공급이 충분히 안되는 ‘심부전’이다. 심부전은 심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중증 심장병이다. 병의 경과가 좋지 않다. 심부전 환자는 응급실을 통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다. 치료비 부담이 클 뿐 아니라 사망률도 높다. 하지만 질환의 심각성을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삶의 질을 뚝 떨어뜨리는심부전 질환을 짚어본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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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우울증 겹쳐 일상생활 불편
심부전 환자는 호흡곤란과 폐부종 같은 증상 때문에 입원을 반복한다. 또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만으로도 증상이 악화한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유병수(심부전학회 총무이사) 교수는 “고령에 심장 기능이 평소 나쁜 환자는 열이 나거나 맥박이 빨라지고 가래가 나오는 여러 감기 증상을 잘 극복하지 못한다”며 “숨이 더 많이 차고 심장 기능도 급격히 나빠져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빈혈·폐 질환·협심증 같은 질병도 심부전을 급격하게 나빠지게 하는 질병이다.
심부전 환자는 신체 증상뿐 아니라 우울감·불안감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하기도 한다. 갑자기 숨이 차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경험을 한두 번 하면 언제 다시 증상이 악화해 입원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또 거동이 힘들어 움직이는 게 자유롭지 못해 우울해한다. 유병수 교수는 “심부전 증상이 경미한 환자도 산책이나 외출을 부담스러워한다”며 “환자 3명 중 1명은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한번 기능이 떨어진 심장은 원래 상태로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다. 환자는 증상과 정도에 따라 평생 치료받고 관리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 심부전으로 인한 의료비는 단일 심장 질환 중 가장 높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심부전 환자 5명 중 1명은 적어도 한 번 이상 입원을 경험했다. 이 환자들의 연간 의료 비용은 약 853만원이었다. 외래만 방문한 환자들의 연간 의료 비용(91만원)의 7배에 달한다.
심부전 환자 10년 새 약 3배 증가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급성 심부전 연구결과에 따르면 병원에 입원한 심부전 환자의 사망률은 4.8%로 꽤 높다. 이는 중증 심장병인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률(3~5%)과 비슷하다. 유 교수는 “심근경색과 달리 심부전 환자의 3분의 1은 매년 입·퇴원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퇴원한 심부전 환자의 28%는 2년 이내에 사망한다. 대장암·위암 등 일부 암 질환보다 생존율이 낮다. 국립암센터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대장암·위암 환자의 5년간 사망률은 각각 24%, 26%다.
심부전은 심장 돌연사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심장 돌연사는 갑자기 심장 질환 증상이 발생한 후 1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심장이 충격을 받았거나 다치지 않았는데 갑자기 기능이 뚝 떨어져 사망한다. 심부전 환자는 심장 기능이 저하된 탓에 심장 돌연사 위험이 크다. 고혈압·협심증·심부전 등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심부전 환자의 절반 이상은 돌연사로 사망했다는 연구결과(유럽심장학회지, 2015)도 있다.
2040년이면 국내 심부전 환자 수가 17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심부전은 골든타임이 따로 없는 중증 만성질환”이라며 “반복되는 입원을 줄일 수 있도록 빨리 진단받고 적극 치료받으며 생활습관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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