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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미 인권이사회 탈퇴, 일본도 속으론 "일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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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국의 인권이사회 탈퇴에 침묵 산케이 "인권이사회, 역사전쟁에 이용돼" 유네스코도 정치적이라며 반발하기도

“제3국이 국제기구를 탈퇴한데 대해선 코멘트 하지 않겠다”

22일 도쿄신문을 통해 보도된 외무성 간부의 발언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를 탈퇴하기로 결정한데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돌아온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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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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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지난 20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미 정부의 발표에 대해선 알고 있으나, 정부로서는 코멘트 할 것은 아니다”라며 언급을 피했다. G7에 해당하는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이 미국의 유엔인권이사회 탈퇴 결정에 실망이나 우려를 드러낸 것과 대조적이다.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가 미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에 침묵을 지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뜻이 강하게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유감의 뜻을 밝힐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려 미·일관계에 불필요한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정세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손타쿠(忖度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행동함)’를 한 셈이다.

미국의 탈퇴로 당혹스러운 감도 없지 않다. 일본이 자국민 납치문제로 북한을 추궁할 때 주로 유엔 인권이사회를 이용해왔는데, 미국이 이를 탈퇴함으로써 우군이 사라지게 됐다. 앞으로 납치문제로 국제여론을 환기해야 하는데 미국 없이는 힘이 빠진다는 분석이다. 한 외무성 간부는 기자단에게 “곤란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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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네바 사무국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 총회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는 “(미국의 결정을) 이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주로 아베 총리와 가까운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서 그렇다.

일본도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역사문제를 놓고 한국, 중국과 대립할 때 곤혹스러웠다는 게 이유다. 일본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더는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탈퇴를 결단한 것 아니냐. 일본도 여러 가지 생각해볼 게 있다”고 말했다고 도쿄신문에 전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 신문도 비슷한 취지의 보도를 했다. 이 신문은 지난 21일 니키 헤일리 미국 유엔대사가 “인권이사회는 인권이 아니라 정치적 편향을 기반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어떤 면에선 진리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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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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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 신문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을 비판하는 역사전쟁의 무대로 이용되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경화 장관이 올 2월 인권이사회 연설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는 해결이 불충분하다"고 밝혔던 사실을 지적했다. 이어 “강 장관이 분쟁지역에서의 성폭력 근절을 위해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 이니셔티브’ 계획을 발표했다. 위안부 문제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고 하는데, 믿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가해국으로 지목되는 데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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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한 제37차 유엔인권이사회(UNHRC) 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위안부 소녀상(오른쪽)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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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유네스코(UNESCO)에 대해서도 “정치적 편향성을 띄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해왔다. 2015년 난징대학살 관련 자료가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자 이에 반발해 분담금 납부를 거부했다.

또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규정을 바꿀 것을 요구하는 등 집요하게 압박을 가한 끝에 2017년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록물이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것을 막기도 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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