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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주력산업 발목 잡아채는 中, 韓 투자 늦추기 위해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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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기술력 부족한 中, 마진 최소화로 가격 떨어뜨리며 방해
철강·조선업 주도권 이미 넘겨 …2015년부터 全산업군 밀려
4차산업 5개 부문 제외 모두 열세…5년 뒤 이마저도 불안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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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중국이 수년전 기술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가 LCD 산업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 차세대 OLED 시장을 선점해 대응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무서운 속도로 따라 오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몇년 뒤 생존할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지방정부 차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붓고 이를 바탕으로 LCD 가격을 끝없이 내리고 있다"면서 "매월 3~5% 가까이 TV용 LCD 가격이 내리고, 중국 TV 업체들은 65인치 초대형 TV를 100만원대에 판매하며 LCD는 물론 TV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더불어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집행돼야 되는 산업이다. 수익을 많이 낸다 해도 번 돈의 대부분을 다시 재투자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투자 공식이 중국 업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부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 업체들이 시장 가격을 떨어뜨려 놓으면서 수익이 줄어든 우리 업체들은 적기 투자를 놓치고 있다.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한국 주력산업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중국발 치킨게임은 조선, 반도체 등 우리의 주력 제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두 나라의 주력 제조업이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경쟁력은 지난 2015년부터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다. 중국은 지난 2008년까지 10위권 밖에 있었지만 2009년 6위, 2012년 5위에 이어 2015년 3위를 차지해 4위로 내려선 한국을 앞질렀다.

철강과 조선업은 글로벌 시장 불황까지 겹치며 이미 주도권을 넘겨줬고 석유화학은 대표 수출시장인 중국이 중성장 경로에 진입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대중 수출 핵심 품목이었던 스마트폰은 중저가 시장은 물론 최근 프리미엄 시장까지 중국에 내어주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상호 산업정책팀장은 "중국은 10년 전만해도 제조업 분야에서 10위권 밖이었지만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치면서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면서 "반대로 한국의 경우 각종 규제로 인해 경쟁력을 잃으며 지난 2015년부터 중국에게 전 산업군에 걸쳐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인 4차산업에서도 이미 중국에 뒤쳐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현재 한국의 4차산업 12개 주요분야중 바이오, 사물인터넷, 로봇, 증강현실, 신재생에너지 등 5개 분야를 제외하면 모두 중국에 비해 열위에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또 5년 뒤면 현재 앞서고 있는 5개 분야 마저 중국에 밀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주력산업의 위기 원인으로 경제ㆍ산업 구조의 낙후성이 가장 크다고 꼽았다.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은 지난 2001년∼2005년 4.7%에서 2011년∼2015년 3.2%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잠재 성장률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는 늘리고 있지만 투자 대비 효과 역시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더해 노동생산성 역시 떨어진다.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지난 2011년 102.5포인트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해 2016년 92.3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이렇듯 제조업 경쟁력이 급격하게 하락했는데 정부 규제는 여전하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규제에 대한 부담 정도는 137개국 중 한국이 95위로 하위권에 속한다. 정부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며 노동계 편을 드는 동안 우리 산업계는 계속 멍들어 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정책이 성장ㆍ분배 간 딜레마에 스스로 빠질 것이 아니라 산업 활성화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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