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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日은 못 올려서, 韓은 올릴까봐 난리난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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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일본(왼쪽)과 한국(오른쪽)의 시위(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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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일본이 3년 연속 최저임금을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최저임금 이슈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6년 이후 2년 연속 최저임금 3%대 인상을 이어왔으며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내수활성화를 목표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일본과 한국의 서로 다른 내수비중을 고려할 때,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함께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오는 26일부터 학계와 노사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중앙최저임금심의회를 열고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내달 말 새 최저임금이 확정되면 10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일본은 지난 2016년 최저임금을 823엔으로 3.1% 인상한 이후 지난해에도 3% 인상한 848엔을 최저임금으로 책정했다. 올해도 3%대 인상이 적용될 경우 870엔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000엔대를 목표로 3% 인상율을 고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내각의 최저임금 인상 의지도 매우 강한 편으로 알려져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아베 일본 총리가 직접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일본 최대 경제단체 게이단렌(經團連) 등 재계측에 3%대 임금인상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베 내각이 가장 중점을 둔 경제정책이 내수활성화를 통한 경기선순환에 있다는 반증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국민들의 소비력을 올려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대에 다가선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지상과제인 상황이다.

일본 고용시장에서도 정부 방침 이전에 자발적으로 평균임금을 올리고 있는 형편이다. 도쿄(東京) 인근지역의 시간제 근무자의 평균시급은 이미 1000엔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졸취업자 고용률이 97%를 넘었고 고졸취업자 고용률도 99%에 이를 정도로 구인난이 심한 상황이라 자발적으로 시급을 올려주지 않으면 직원을 1명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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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연도별 최저임금 결정현황(자료=최저임금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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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문재인 정부도 내수활성화를 목표로 올해 최저임금을 지난해 대비 16.4% 끌어올려 7530원으로 인상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물가가 폭등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만 가중됐다는 반발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시장 상황이나 여건을 고려치 않고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만 지나치게 매몰된 것이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역시 내수 소비 진작과 노동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진행 중인 주 52시간 근무제 안착도 각 분야에서 각종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시장반응이 이처럼 다른 이유는 비슷한 듯 보이지만 전혀 다른 내수 경기 상황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수출주도형 경제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한국 입장에서, 일본과 같은 최저임금 상승을 통한 내수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내수 활성화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1996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내수비중은 평균 61.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당히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미국(88%), 브라질(87.4%), 일본(84.8%)등과 비교하면 20% 이상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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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주요국의 1996년부터 2015년까지 20년간 국민총생산 대비 내수비중 평균값 비교(자료=국회 예산정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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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996년 내수비중이 78.4%를 기록했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내수비중이 급격히 추락해 2015년에는 53.4%로 내려앉았다. 국내 가계소비지출이 지난 10년간 겨우 1.91% 성장세를 보이면서 내수가 매우 위축된 상태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소비 성장률(7.21%)이나 정부소비 성장률(3.7%)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세계 경기 흐름에 따른 수출 변동에 전체 경기상황이 크게 흔들리다보니 기업의 투자도 함께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시장의 구조도 일본과 상황이 매우 다른 편이다. 일본은 소위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침체기를 거치면서 1995년 이후 20년간 생산가능인구가 8726만명에서 7728만명으로 1000만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고령화와 저출산이 심화되면서 2030년까지 1600만명 이상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른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이 서로 우수인력을 데려가고자 하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임금이 경쟁적으로 인상되는 구조다.

하지만 한국은 정반대로 청년실업률이 사상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인구 통계상 생산가능인구가 지난 2016년 3763만명을 정점으로 기록한 뒤, 감소세로 돌아선 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불황이 겹치자 구직난이 치열해지고 있다. 통계청 전망에는 2030년 초반에 한국 인구는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해 2035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2597만명으로, 2065년에는 2062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과 같은 인력난이 발생하려면 아직 10여년은 더 남았다는 것이다.

결국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곧바로 내수활성화로 이어지기 힘든만큼, 시장상황의 변화나 세계 경기흐름 등 각종 변수에 맞춰 신중하게 이뤄져야한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방안도 최저임금 상승과 함께 움직여야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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