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서 운항 중인 LCC는 6개사. 이보다 더 많은 9개의 예비 LCC들이 취항을 준비 중이다. '과당경쟁'을 이유로 사업면허 신청이 반려된 청주기반 에어로케이와 양양기반 플라이강원은 재도전을 준비중이다. 포항 기반 소형항공사인 에어포항은 실적악화로 취항 두 달 만에 매물로 나와 지자체가 지분 인수를 추진해 LCC로 업종 전환에 나선다는 얘기도 있다. 중장거리 노선 전용 항공사로 설립된 프레미아항공도 7~8월 면허 신청서 제출을 앞두고 투자자를 모집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만난 한 대형항공사 임원은 "LCC시장이 정치논리 개입으로 혼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2000년대 들어 지방자치 시대가 만개하면서 각 지자체에서 선거철 '표몰이'를 위해 지방공항 유치에 열을 올렸고 그 결과 전국에 지방공항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섰다. 면밀한 수요 조사 없이 민심잡기용으로 우후죽순 생겨난 공항은 이용객 보다 직원수가 더 많은 '유령공항'으로 전락했고, 수백억원대 적자상태가 수년째 이어졌다. 지역 LCC들이 난립하는 지금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각 지자체가 지방 토우세력과 손잡고 '우리도도, 우리시도 항공사를 가져보자'는 식의 인기영합적 정책 중 하나로 지역기반 항공사 설립에 나서고 있다.
LCC시장이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오는 2020년이면 항공여객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규 사업자 진입이 시장확대가 아닌 출혈경쟁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신규 항공사가 생기면 더 많은 노선이 생기고 운임도 내려가 소비자 편익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소비자 피해가 야기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 2007년 한성항공이 '1만9900원짜리 초특가' 프로모션을 내놓으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실적악화로 취항 3년 만에 문을 닫으면서 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 이미 항공권을 구매했던 승객들의 피해는 한동안 지속됐다.
신규 LCC의 진입 자체를 막자는 말이 아니다. 산업의 성숙도를 고려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단기간 인력 양성이 어려운 조종ㆍ정비 등 특수직종의 인력수급, 항공정비단지(MRO) 등 인프라 투자, 공항시설과 슬롯 포화에 대한 대책, 외국 자본의 우회 진출 우려 등의 현안을 해결하고 LCC산업을 장기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신중함이 필요한 때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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