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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거리 위 '스몸비족' 한순간 '쾅'…주변 보행자 안전까지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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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몸비족(스마트폰+좀비)' 교통사고 61.7%달해
해외에서는 스몸비족 전용 보행도로 생겨나 …하와이, 위반 횟수에 따라 벌금 최대 99달러

아시아경제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픽사베이


[아시아경제 황효원 기자]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스몸비족(smombie : 스마트폰+좀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면서도 사람들은 신호등이 아닌 스마트폰을 보느라 제때 건너지 않는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느라 초록불에 반응하지 않던 시민들은 길 건너편에서 누군가 건너는 모습이 시야에 잡히면 그제야 길을 건너기 시작한다.

'스몸비족'이 거리에서 스마트폰 화면에 지나치게 집중하다보면 본인은 물론 운전자와 주변 보행자의 안전에까지 위협을 가한다는 문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부터 3년간 보행 중 '주의 분산'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6340건에 달한다. 사상자는 6470명이며 그중 61.7%인 1105명이 보행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휴대전화 화면에 집중해 걷다보면 전방 시야각이 좁아져 갑자기 보도로 진입한 차량 등을 제 때 피하기 어렵다.

교통안전공단이 '스마트폰 사용이 보행안전에 미치는 위험성 연구'를 수행한 결과,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보행 중 교통사고가 최근 4년간 1.9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만명 당 보행사망자가 OECD 평균(1.4명)보다 3배 가량 높은 우리나라(4.3명)에서 휴대전화 사용 중 교통사고는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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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원봉사센터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스몸비 청소년들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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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몸비 키즈' 위험성 확산…사고의 25%는 하교시간대 집중

'스몸비족'은 성인 뿐 아니라 어린이들에게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이른바 '스몸비 키즈'는 인도를 걷거나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도 쉼 없이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게임을 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5년간 서울에서 한해 평균 734건의 어린이 보행자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사고의 약 25%는 하교시간대인 4~6시 사이 집중됐다. 초등학교 저학년 하교 시간대인 2~4시 사이에도 전체 사고의 20% 이상이 발생했다.

'스몸비 키즈'에 따른 사고위험이 확산되면서 일각에서는 스몸비 키즈를 방지하기 위한 가정과 학교, 사회의 교통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서울시는 스몸비 보행자 주의 의무를 담은 조례를 최근 공포했다. 이 조례는 지난 1997년 시민들의 안전한 보행권을 보장하기 위해 첫 제정·시행돼 왔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한 사고의 심각성이 높아지면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개정됐다.

◆ 전세계 '스몸비족' 골머리…전용 보행도로까지 생겨나

해외에서도 스몸비족을 적극적으로 제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 하와이주 호놀롤루시는 지난해 7월 도로를 건너는 보행자가 모바일기기를 보는 행위를 금지하고 최초 적발시 15~35달러,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75~99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스웨덴과 영국은 안내 표지를 설치했고 벨기에와 중국은 스마트폰 이용자를 위한 전용도로를 만드는 등 세계 각국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몸비 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보행자가 많은 시청, 연대, 강남, 잠실역, 홍대 등 지역에 교통안전표지와 보도부착물을 설치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어가는 보행자가 교통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사례가 잦아지자 국가 차원에서 '걸을 때 스마트폰 사용주의'를 알리는 안내 표지까지 만드는등 단속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캠페인 효과는 피상적인 예방 활동에 그쳤다.

관련 법안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6월 일부 국회의원들이 스몸비족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황효원 기자 woni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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