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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유튜브로 인생역전’ 크리에이터 3人 | 연봉킹(대도서관)·자아실현(백수골방)·인생 2막(심방골주부)…기회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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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이용자 참여형 동영상 플랫폼이다. 누구나 1인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창작물을 세상에 알리고 공유할 수 있다. 덕분에 유튜브는 전 세계 유능한 크리에이터의 등용문이 되고 있다. 수만,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국내 인기 크리에이터 3인에게 유튜버가 된 이유와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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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대도서관

▶연봉 17억원 ‘유튜브의 유재석’

‘유튜브의 유재석’.

게임방송으로 유명한 크리에이터 ‘대도서관(40, 본명 나동현)’의 별명이다. 유튜버 중에는 시청자를 늘리기 위해 선정적인 콘텐츠를 보여주거나 욕설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나동현 씨는 자극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고도 인기를 얻으며 1인 미디어에 대한 편견을 깼다. 그가 운영하는 채널은 네티즌 사이에서 ‘유교방송’이라 불릴 정도로 건전하다. 욕설 없는 ‘클린(clean)’한 방송과 마치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재미있는 진행 방식 덕분에 유재석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나 씨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각광받기 훨씬 전인 2010년부터 온라인 방송을 시작했다. 현재 구독자 수는 170만명. 지난해 벌어들인 금액은 무려 17억원이다. 그는 인기 비결로 ‘차별화’를 꼽는다.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한 2010년대 초반 당시 게임방송 대부분은 ‘게임을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런 방송은 게임 마니아들에게만 인기가 있었죠. 더 넓은 시청자층이 즐길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게임하는 장면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중계하고 게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죠. 줄임말도 되도록 쓰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제 방송을 구독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방송으로는 드물게 여성 시청자도 많았죠. 게임방송이 자리를 잡은 후에는 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 등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이미 연간 수억원을 벌어들이는 대표 유튜버지만 나 씨는 아직도 이루고 싶은 것이 많다. 조만간 디저트 쿡방(요리 과정을 보여주는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음식은 만국 공용어인 만큼, 해외 시청자 공략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세상에 알리고 시장을 키우는 데에도 관심이 많다. 이를 위해 TV 방송, 강연, 행사 등에 참석해 1인 미디어 시장을 분석하고 성공 비결을 알려주는 등 ‘유튜브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8년여간 방송을 하며 쌓은 노하우를 담은 책 ‘유튜브의 신’을 출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을 느끼죠. 미래의 크리에이터들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돕고 싶어 책을 썼고 강연도 하고 있습니다. 1인 방송은 잠재력이 큰 시장입니다. 자신만의 콘텐츠와 기획력만 있다면 누구나 인기 유튜버가 될 수 있어요. 1인 방송에 도전하고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매경이코노미

영화 리뷰 백수골방

▶“평론의 가치, 영상으로 이어갈 터”

김시우 씨(29)는 3년 차 전업 유튜버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의 원래 꿈은 방송국 PD였다. 방송국 취업 실패 후 일반 기업 취직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았다. 구직활동 중 취미로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아이디는 ‘백수골방’. 평소 좋아하던 영화 감상(review)을 주제로 했다. 격주로 영상을 올리자 3개월 만에 500명 이상이 구독했고 광고 수입도 월 10만~20만원씩 들어왔다. 그때 화장품 회사 취업에 성공했다. 유튜브 수입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웠던 만큼 취업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단, 취업 후에도 유튜버 활동은 계속했다. 그렇게 반년 정도 지나자 유튜브 수입이 월급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마침 회사생활에 회의를 느끼던 차여서 미련 없이 전업 유튜버의 길을 선택했다.

“회사에서는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더군요. 일을 시키면서도 재량권은 안 주니 답답했죠. 유튜브는 내가 하는 만큼 온전히 내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습니다.”

퇴사 후에는 매주 영상을 올렸다. 2018년 6월 기준 올린 영상 수는 100여개, 누적 조회 수는 4300만뷰에 달한다. 매일 4만명 이상이 그의 영상을 시청한 셈이다. 인기 비결은 평론가 못잖은 깊이 있는 해석. 일부 팬은 그의 리뷰 영상을 보고 “영화는 물론, 삶을 돌아보게 한다”고 극찬한다. 그간 1000개 이상 영화를 찾아 보고 영화 선정·감상·대본 작성·영상 편집 등에 일주일을 꼬박 쓰는 성실함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전문가들이 쓴 영화 평론을 즐겨 읽었어요. 감동적인 영화를 봤을 때는 블로그 등에 감상문도 남겼고요. 그런데 이런 글들이 기대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하더군요. 활자 매체의 한계를 느꼈죠. 기존 평론의 깊이를 유지한 영상을 만들면 많은 이에게 전달되지 않을까 싶었고 이게 적중한 것 같습니다.”

현재 그의 수입은 대기업 신입사원 초봉을 훨씬 웃돈다. 조회 수에 따른 기본 광고 수입 외에도 배급사와의 프로모션 영상 협업, 행사와 강연 등의 부수활동 덕분이다. 얼마 전에는 디즈니에서 픽사 설립 30주년 기념 전시회 홍보 영상 제작을 의뢰해오기도 했다. 김시우 씨는 앞으로도 영화 리뷰 전문 유튜버로서 영화 평론의 가치를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다.

“기존 활자 중심 영화 평론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도달률이 낮아졌고 영화 전문지도 많이 폐간됐죠. 영화가 좋아 시작한 만큼, 영화 평론의 가치를 영상을 통해 계속 이어가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영화를 많이 보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매경이코노미

요리 심방골주부

▶“방송만 봐도 누구나 셰프로 변신”

유튜브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남녀노소 제한이 없다. 최근에는 50~60대 실버 크리에이터의 활약도 눈에 띈다. 요리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조성자 씨(61, 심방골주부)는 실버 크리에이터를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 꼽힌다.

유튜버가 되기 전 그는 농사와 양봉을 병행하는 30년 차 주부였다. 요리 관련 일을 한 적은 없었지만 항상 요리에는 자신이 있었다고. 방송을 시작한 지 1년 남짓 됐지만 구독자 수만 약 8만명이고 누적 조회 수는 1000만뷰에 이른다.

“3년 전 블로그를 통해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기 시작했어요. 블로그는 사진과 글을 중심으로 정보를 전달하다 보니 한계가 많았습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막내아들이 ‘엄마 요리가 맛있으니 한번 해보자’고 권유해 크리에이터 일에 뛰어들었어요. 유튜브는 영상을 자세히 보여줄 수 있어 매력적이었어요.”

다른 크리에이터도 마찬가지겠지만 조 씨 또한 처음에는 방송 촬영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다. 더구나 농사와 병행하다 보니 육체적으로 힘든 점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막내아들 도움을 많이 받았다. 기획과 아이디어 제공부터 시작해 영상 촬영, 편집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유튜브의 수많은 음식 영상 중 조 씨 방송이 인기를 끈 비결은 무엇일까. 조 씨는 “영상을 보고 직접 따라 했을 때 만들기 쉽고 맛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촬영 전 재료 비율도 맞춰보고 실험도 많이 해요. 방송을 보고 시청자가 만들었는데 맛이 없다면 실패한 영상입니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방송을 하다 보니 꾸준히 시청자가 늘어난 것 같습니다. 신혼부부 등 요리 경험이 없는 사람이 요리를 배우기 위해 많이 봐요. 고맙다는 댓글을 볼 때마다 방송을 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1년간 약 100여개 영상을 제작한 조 씨는 이제 농사일보다 방송에 초점을 맞춘다. 수입도 일반 직장인 평균 연봉 수준으로 늘었다. 주 3~4개씩 영상을 업로드하고 다음 영상을 구상하느라 여념이 없다.

고령화 시대, 조 씨와 같은 실버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이 많다. 그는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면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며 “모든 사람에게 무한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유튜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한 가지 분야에서 성실하게 노력하면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제적 관점보다 재미와 보람을 위해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노승욱·강승태·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3호 (2018.06.20~06.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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