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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유튜브에 안방 내준 IT 업계 대책은-콘텐츠 차별화하고 망 사용료 부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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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유튜브. 하지만 유튜브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가짜 뉴스나 선정적인 동영상이 확산되는 통로로 악용되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미국 유튜브 스타 로건 폴은 숲에서 발견한 시신의 영상을 올렸다가 논란이 됐다. 이 영상은 하루 만에 삭제됐지만 이미 600만명가량이 보고 난 후였다.

물론 유튜브도 자극적인, 혹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담은 영상이 범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유튜브 광고 수익은 동영상 조회 수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구독자 수, 영상 시청 시간, 광고 시청 시간을 포함한 여러 가지 요소가 광고 수익을 좌우한다. 나동현 유튜브 크리에이터(아이디 ‘대도서관’)는 “조회 수만이 수익을 결정지었다면 자극적인 영상을 올리는 사람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크리에이터가 올린 영상을 얼마나 오랫동안 감상하는지, 영상 전이나 중간에 나오는 광고를 얼마나 봤는지 등이 수익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좋은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선거철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는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기 위해 가짜 뉴스를 만드는 세력이 나타날 수 있다. 표현의 자유와 부딪칠 수 있기 때문에 유튜브 측에서 일방적으로 동영상을 삭제하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매경이코노미

국내에서 통신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점도 비판을 받는다. 네이버는 통신사에 망 사용료로 연간 약 730억원을 지불한다. 카카오도 매년 약 350억원을 낸다. 반면 유튜브는 망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는 망 사용료에 대한 부담이 적어 초고화질 영상을 제공하는 데 적극적이다. 반면 한국 기업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 일반 화질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짧은 영상에도 긴 광고를 붙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과제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전성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유튜브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플랫폼인 데다, 콘텐츠 종류를 다양화하며 갈수록 저변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지난 5월 음악 스트리밍 멤버십 서비스를 선보이며 음악 감상 플랫폼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이 대표 사례다. 정보 검색도 포털 사이트 대신 유튜브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마치 아마존이 글로벌 유통 시장을 장악하듯 유튜브가 각종 플랫폼 시장을 먹어 치울 것이라는 우려가 힘을 얻는 대목이다.

국내 기업들이 유튜브 제국에 맞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차별화되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진봉 교수는 “국내 연예기획사나 MCN과의 협업을 통해 유튜브에서는 볼 수 없는 동영상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를 끌어들일 만한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 해외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가 유튜브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사용자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네이버가 최근 크리에이터가 영상 업로드, 시청자 통계 확인, 광고 설정 등을 손쉽게 할 수 있는 도구 ‘네이버TV 크리에이터 스튜디오’를 선보이는 등 크리에이터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망 사용료 관련 규정을 바꿔 국내 기업에 불리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을 무조건 돕자는 게 아니다. 국내외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3호 (2018.06.20~06.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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