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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할인 없다던 에르메스… 7년째 비공개 '반값 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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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분들이 밀려들고 있으니 두 줄로 서 주십시오."

21일 오전 9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 로비를 지키던 건장한 체격의 안전 요원들은 밀려드는 150여 명의 고객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영빈관 앞에는 고급 외제차들이 줄지어 정차했다. 9시 20분쯤 검은색 세단에서 내린 한 40대 여성은 "7시에는 왔어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며 이미 줄을 선 200여 명 뒤에 자리를 잡았다. 로비는 이미 만원. 늦게 온 고객 수십 명은 행사 시작 시각인 10시까지 건물 밖 땡볕 아래서 대기했다.



외국 패션 업체 에르메스는 이날 약 660㎡(200평) 규모의 영빈관 연회장을 빌려 '프라이빗(개인) 세일' 행사를 열었다. 에르메스는 세일을 하지 않는다는 '노(no) 세일' 정책을 펴는 것으로 유명하다. 백화점 명품 할인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구찌·루이비통이 하는 온라인 판매도 안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올해로 7년째 초청받은 고객에 한해 의류·구두 등을 '반값'에 파는 사실상 땡처리 행사를 진행 중이다. 에르메스코리아는 "각 나라별로 매년 한 번 정도 에르메스 매장 외부에서 이런 할인 행사를 연다"며 "상품 구매 이력 등을 종합해 초청장을 발송한다"고 했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모든 상품이 완판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공개 세일전으로 재고를 해소하는 것"이라며 "노 세일 원칙은 무너진 지 오래"라고 했다.

1년에 5000만원 이상 물건을 구매한 VIP 고객도 이날은 줄을 서 기다렸다. 초대장을 지참한 고객만 초대장에 붙어 있는 바코드로 신원을 밝힌 뒤 입장했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초청장에 "행사에서 산 상품은 교환·환불은 물론 결제 수단의 변경도 불가능하다"며 "행사 관련 내용을 소셜미디어상에서 공유하는 것을 절대로 삼가 달라"고 했다. 취재는 극도로 꺼렸다. 본지가 취재에 나서자 안전 요원들은 기자를 쫓아와 취재 내용을 묻고, 찍은 사진을 지우라고 요구했다.

행사 시작 후 20분 만에 쇼핑백을 한 아름 안고 밖으로 나온 30대 고객은 "신발이 많았는데 한 번에 4~5켤레씩 사가니까 순식간에 물량이 다 빠졌다"고 했다. 에르메스가 이날 반값에 판 상품들 중 일부는 행사 시작 2~3시간 뒤부터 중고 거래 사이트에 매물로 나왔다. 부산에서 온 한 고객은 이날 산 에르메스 H샌들 두 켤레를 100만원에 판다는 글을 올렸다. 매장에서 산다면 300만원을 내야 하는 상품들이었다. 동반 1인 입장이 가능한 신원 확인용 바코드는 인터넷상에서 20만원에 거래됐다.





이동휘 기자(hw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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