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주역 민주당 원내대표 1만원은 경제 흐름 보고 추진해야 민노총, 선거유세 때 따라와 시위 길바닥 토론 벌여도 우격다짐 일관 ‘광주형 일자리’ 경제에 도움 될 것 정부 잘못하면 여당이 비판 나서야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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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지난 19일 열렸지만 노동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최저임금법 개정에 항의하며 회의에 불참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임금이 줄어든다는 게 노동계의 반발 이유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의 주역 중 한 명인 홍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기본급 외 정기적 상여금과 수당 등으로 넓힌 것은 합리적인 안인데 노동계는 ‘주었던 임금을 다시 뺏어 간다’는 황당한 논리를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우차 노조 대의원 출신인 홍 원내대표는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노조도 이제 좀 바뀌어야 한다. 노동계도 이제는 우리 경제사회 주체 중 하나로서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 건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Q :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이후 지방선거 유세 현장마다 민주노총의 ‘스토킹 항의’를 받았는데.
A : “최저임금에 기본급만 포함하면 연봉 5000만원 받는 근로자도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모순을 해결하자는 게 법 개정 취지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지 고임금 근로자를 위한 게 아니다.”
Q : 노동계와 충분히 대화했나.
A : “시골의 지원유세까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따라와 항의시위를 벌이며 유세를 못하게 막았다. 그래서 내가 길바닥에서 민주노총과 토론을 해보자고 했다. 그들은 ‘연봉 2500만원 미만의 노동자들도 법 개정으로 피해를 본다’ ‘(기존 최저임금 인상으로) 주었던 임금을 도로 뺏어 간다’는 주장을 늘어놨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사실에 근거한 주장과 논쟁이 아니라 우격다짐으로 나왔기 때문에 합리적 토론이 안 됐다.”
Q :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 “자괴감이 들었다.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 정말 어렵다는 걸 거듭 절감했다. 나도 노동계를 이해하지만 이건 정말 너무 심한 것 아닌가.”
Q : 노동계에 서운한 점이 많은 것 같다.
A : “금배지(국회의원)들이 꺼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만 7년을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노동3권을 탄압하고 한진중공업 노조를 탄압할 때 내가 가장 선두에서 저지하는 등 나름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이번에 보니까 그런게 다 소용없더라.”(※홍 원내대표는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당시 국회 청문회를 성사시켜 조남호 회장을 출석시켰고 그해 10월 사태해결 권고안을 마련해 노사갈등 해소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Q : 최근 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의 일자리 협약이 꼭 성사돼야 한다고 했는데.
A :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임금수준은 다소 낮지만 그 대신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교육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보전하는 새 모델이다. 이제 임금만 계속 올려주는 방식으로는 경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 나는 광주형 일자리가 좋은 모델이 된다고 생각하고 실행만 되면 광주 경제에 엄청난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대해 현대차 노조는 “임금을 하향평준화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 대표적 친문 인사다. 그런데 지난달 ‘드루킹 특검’을 야당과 합의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하루에 많게는 수백 통씩 문자폭탄이 날아와 정상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였다. 문자는 주로 원내대표직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이었고, 욕설이 섞인 인신비방도 꽤 있었다고 한다. 의원 사무실에도 항의전화가 쇄도해 보좌진이 진땀을 뺐다. 결국 견디다 못한 그는 보좌진의 건의를 받아들여 최근 새 휴대전화를 개설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노동운동 이력에 친문 성향인 그가 과거 ‘동지’들의 협공에 시달리는 처지가 된 셈이다. 또 그는 최근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등에 연루된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코너에 몰리기도 했다.
Q :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원내대표로서 당 장악력 부족 등 비판 여론이 거셌는데.
A : “국회의원 제식구 감싸기로 호된 비판을 받았다. 국민 여론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결과였으니까. 제가 그때 국민들께 더 죄송했던 건 우리 여당에서 이탈표(체포동의안 반대표)가 많이 나왔다는 점이다. 사실 여당 원내대표인 저로선 할 말이 없다.”
다만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홍 원내대표는 다시 신발끈을 조여맬 수 있는 계기를 만난 셈이다. 그는 20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최저임금 정책과 관련해 국민이 오해하도록 방치한 정부가 반성해야 한다며 강한 톤으로 질책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2년차 여당의 주도적 역할론’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Q : 당·정·청 회의에서 경제·민생 문제에서 당이 적극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는데.
A : “집권 후 인수위 없이 출범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결국 당·정·청이 국정 운영의 무한책임을 함께 질 수밖에 없다. 현장의 국민 목소리를 듣는 당이 주요 정책이나 입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가 미흡하면 당이 비판도 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
Q : 최근 당에 민생경제TF와 외교안보TF를 꾸린 것도 그 같은 취지인가.
A : “민주주의 국가에선 당 역할이 중요하다. 결국 여당 원내대표가 정책·입법·예산에 대해 상당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니까 중요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발표하기 전에 당과 충분히 논의하고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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