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훈 복지팀 기자 |
뇌졸중·담관암을 앓는 정명숙(70·서울 마포구)씨는 12일 기자와 대화가 끝나자 못내 아쉬워했다. 옆에 있던 남편 김영각(71)씨도 “고맙다”고 했다. 정씨는 부축을 받아서 화장실에 겨우 간다. 발병한 지 3년 동안 노부부는 집 밖 나들이를 한 적이 없다. 김씨는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주위 사람들이 점점 멀어지더라”고 했다.
치매·중풍·교통사고 마비·희귀난치병…. 식물인간에 가깝거나 진짜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도 적지 않다. 가정 돌봄 환자는 건강보험·의료·사회 통계 어디에도 없다. 가정에서 떠안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를 끌어모았더니 100만명이 넘었다. 주변으로 눈을 돌리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천의 53세 여성이 24시간 누워 지내는 희귀병 아들(26)을 17년째 돌보고 있다. [김상선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4년째 근이영양증 남편을 챙기는 서모(48)씨는 90분 넘게 속에 있던 이야기를 했다. 마무리될 즈음에 한마디를 꺼냈다. “말이 길어져서 죄송해요. 평소 이런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 보니….” 가족들은 병원 환자만 챙기는 정부에 대한 야속함, 얄팍한 복지 제도의 허상 등을 세상이 좀 알아주길 간절히 바랐다. 아픔을 나눌 이가 없으니 스트레스가 하늘을 찔렀고 못다 한 이야기가 끝이 없었다.
그나마 이들의 말벗이자 손발이 되는 건 장애인 활동지원사·가정간호사 같은 전문 돌봄 인력이다. 뒤센근이영양증 환자의 어머니(53)는 “이 언니(활동지원사를 지칭)가 있으니 앉아서 졸기라도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재가 환자 66명을 챙기는 최비아(66) 가정간호사는 “집에 가서 의료 행위만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 이해해주고 이야기도 털어놓는 한 식구”라고 표현했다.
가정 돌봄 가족들은 휴식, 간병 인력 지원을 절실하게 바란다. “우리 같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만 세상에 잘 알려주세요.” 루게릭병 남편을 18년간 돌봐온 최금옥(48)씨의 호소다. 관심이 있어야 제도 개선도 뒤따르는 법이다.
정종훈 복지팀 기자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