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우 뉴욕특파원 |
지구 반대편 뉴욕에서도 ‘특목고 논쟁’이 뜨겁다. 뉴욕 시내에는 스타이브슨트와 브루클린테크 등 8개 특목고가 있는데 모두 특목고 입학시험(SHSAT)을 통해서만 학생을 뽑고 있다.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다 보니 학구열이 높은 중국계와 한국계 등 아시아 학생 비율이 51.7%로 절반이 넘는다. 백인이 27%로 그 뒤를 잇고 전체 특목고 신입생 5100명 가운데 히스패닉계는 7%, 흑인은 5% 수준에 불과하다. ‘공부하면 동아시아계’라는 말이 뉴욕에서도 입증된 셈이다.
미국 전체 인구 중 5% 남짓인 아시아계가 매년 특목고 신입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뉴욕시는 지속적으로 특목고 입시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특히 올해는 민주당 소속인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이 특목고 입학시험 폐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흑인과 히스패닉에게도 고품질의 교육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한국계를 포함한 아시안 아메리칸 단체가 앞장서 특목고 시험 폐지 반대 시위를 벌였다. 특목고 동문과 학부모들의 반발도 거세다.
특목고는 소수계인 아시안 학생들이 도전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사립고교는 엄청난 학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마저 박탈하면 아시아 학생들에겐 역차별이 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특목고가 강남권 학생들의 독식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면, 뉴욕에선 아시아계 학생들의 독식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일단 뉴욕의 특목고 입학시험 폐지 법안 연내 통과는 무산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주 하원 교육위원회가 폐지 법안을 승인했지만 상원을 포함한 전체 표결은 내년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뉴욕에서도 특목고 입시의 ‘폐지’ 대 ‘유지’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목고 논란은 풀기 어려운 매듭이다. 당장 한국은 빈부의 형평성, 뉴욕은 인종의 형평성이라는 정치적 논리가 깊이 개입해 있다. 글로벌 교육의 지향점은 갈수록 학생들의 다양성과 창의력에 모아지고 있다. 과학에 재능이 있는 한국 학생이 아시안이라는 이유만으로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건 손실이다. 한국에서 특목고가 분야와 상관없이 소위 일류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획일화된 수단으로 전락했다면 그 또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뉴욕이든 한국이든 지금의 특목고가 해당 분야에 뛰어난 창의력과 자질을 지닌 학생들의 행복과 경쟁력을 위해 본연의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돌아볼 시점이다.
심재우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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