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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사설] 수사권 조정, 경찰권 남용 방지에 성패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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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지휘 제한 등의 합의는 진일보 성과 ‘드루킹’ 사건 등 경찰 수사에 불신 많다 경찰권 견제 장치 마련해 부작용 막아야

경찰관이 검사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한다. 수사하다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거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하면 자체적으로 수사를 마칠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어제 정부가 공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의 핵심이다. 이 안대로 형사소송법(형소법)이 개정되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기 전에는 검사가 수사에 관여할 수 없고(수사 지휘권 박탈), 경찰관이 검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진행 중인 수사를 중단할 수 있다(수사 종결권 확보). 합의문에 따르면 ‘검사의 일차적 직접 수사’는 부패, 경제, 금융·증권, 선거, 군사기밀, 사법방해에 국한된다. 따라서 일반적 고소·고발 사건은 모두 경찰이 맡게 된다.

이 방향대로 수사권 조정이 성립되면 경찰은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형소법 196조 1항)는 종속적 수사 구조에서 벗어난다. 경찰이 수십 년 동안 염원해 온 ‘수사권 독립’이 상당 부분 이뤄지는 셈이다. 합의문 발표 현장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검경이 지휘와 감독의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상호협력하는 관계가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권 강화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대통령 공약 사항이었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수사 지휘권까지 갖고 있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그런데도 검찰 반발과 국회에서의 논의 지연으로 미뤄져 왔다. 이런 점에서 검경의 합의안 도출은 앞으로 한 걸음 나간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검찰의 권한을 약화하고 경찰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1호 공약인 ‘검찰 개혁’의 일환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국정 농단의 한 축을 이룬 검찰의 힘을 빼겠다는 것이다. 이는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 개혁이 검찰에서 덜어낸 힘을 그대로 경찰에 덧붙이는 형태여서는 안 된다. 국민이 위임한 공권력을 남용할 수 없도록 하라는 것이지,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힘을 옮기라는 것이 아니다.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매우 향상됐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이 경찰 수사를 믿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의 ‘드루킹’ 사건에서 보듯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권력·금력과 결탁한 청부 수사나 봐주기 수사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리 피하려다 범 만난’ 격이 될지 모른다. 사건 관련자의 이의 제기와 수사 내용 감사로 이를 막을 수 있다고 정부는 주장하지만 강화된 경찰권 견제 장치로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경찰청장을 비롯한 고위 경찰 간부에 대한 인사권이 사실상 청와대나 권력층에 있는 한 경찰의 독립성·중립성은 늘 위태로울 수밖에 없기도 하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형소법 개정 전에 경찰권 남용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 동시에 경찰 독립성을 강화하는 현실적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수사권 조정은 경찰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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