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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IF]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책상 위 '3D 축구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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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탁자 위에 3D 축구 경기 영상을 투영한 모습. VR 헤드셋을 쓰면 눈앞에서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입체로 느낄 수 있다. /미 워싱턴대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하면서 전 세계가 축구 열기에 휩싸였다. 컴퓨터 과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미국 유타주에서 열린 '컴퓨터 시각과 패턴 인식' 학회에서는 세계 최초로 책상 위에 홀로그램처럼 3D(입체) 축구경기 영상이 구현됐다. 과학자들은 머지않아 메시와 호날두가 책상 위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워싱턴대와 구글·페이스북 공동 연구진은 이번 학회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축구경기 영상을 입체 영상으로 바꾸는 기술을 발표했다. 이렇게 만든 입체 영상은 평평한 곳이면 어디에나 투영할 수 있다. 실제 사물 위에 새로운 영상이 겹쳐지는 이른바 증강현실(AR)이 구현되는 것이다.

축구 경기를 입체로 중계하려면 경기장에 30대 이상의 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 기존 2차원 평면 영상을 입체 영상으로 바꿀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선수들 사이의 거리, 자세, 각도 등을 모두 계산해야 한다. 이는 엄청난 컴퓨터 작업을 필요로 한다.

연구진은 대신 인공지능을 이용했다. 먼저 축구 게임인 피파(FIFA)에서 1만2000장면을 추출해 인공지능에 입력했다. 동시에 게임을 구동하는 엔진과 그래픽 처리 장치의 정보를 받았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이 평면 영상에 나타난 선수들 사이의 원근감을 스스로 파악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기계학습을 마친 인공지능에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있는 실제 축구경기 영상 10건을 입력했다. 인공지능은 평면으로 된 축구경기 영상을 책상 위에 투영할 수 있는 3D 영상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R 헤드셋을 쓰고 보면 책상 위에서 축구 선수들이 달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현재로서는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다. 아직 축구공의 움직임은 3D로 구현하지 못했다. 실시간 3D 변환도 어렵다. 축구 중계방송을 바로 입체로 바꾸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또 한 방향에서만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인공지능의 학습량이 늘어나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라고 밝혔다.

IT(정보기술)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기술분석가인 브라이언 블라우는 영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90분 축구경기를 모두 AR 헤드셋을 쓰고 보기는 어렵지만 가정이나 경기장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다 실감 나게 즐기는 데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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