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중국해 자유로운 항해 보장해야" 영유권 주장에 일침
"中 투자, 기술이전 등 말레이시아에 도움돼야" 주장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마하티르 모하맛(93) 말레이시아 총리가 20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인한 전쟁 발발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주변국의 공동 순찰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지난달 총선 승리로 15년 만에 권좌에 복귀한 마하티르 총리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남중국해에는 너무나 많은 군함이 있다"며 "언젠가 누가 실수를 한다면 이곳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중국해는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이 대량 매장돼 있고, 연간 해상물동량이 3조4천억 달러에 이르는 전략적 해상 요충지다.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남중국해 주변 국가들은 자원 영유권 등을 놓고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남중국해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해역을 군함이 아닌, 해적에 맞설 수 있는 장비를 갖춘 소형 선박으로 공동 순찰해야 할 것"이라며 "공동 순찰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동 순찰에 참여하길 원하다면 중국이나 미국 등 어느 나라나 참여할 수 있지만, 군함을 동원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이 일대 섬에 군사시설을 짓고 비행훈련을 강화하자, 이에 맞선 미국은 군함을 잇달아 파견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사이의 믈라카 해협에서 항상 통행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처럼 남중국해도 모든 나라에 개방돼야 할 것"이라며 "남중국해의 개방은 중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중국해 분쟁 전문가 이안 스토리는 "마하티르 총리는 전임자보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해 더욱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아세안 국가들을 이끌어 중국과의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친중국 정책을 펴 남중국해 문제에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전임 나집 라작 총리와 달리 마하티르 총리는 말레이시아가 점유한 남중국해 내 섬에 대해서도 굳건한 수호 의지를 밝혔다.
그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오랜 기간 남중국해 내 네다섯 곳의 섬을 점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내 다섯 곳의 섬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한 섬에는 해군력을 배치해놓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전임 총리의 중국 자본 유치 정책을 비판하면서 말레이시아에 도움이 되는 투자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지지하지만, 중국 자본에 의해 중국 자재를 들여와 중국인이 건설하는 프로젝트는 말레이시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의 투자로 진행되는 140억 달러 규모의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 사업과 남부 해안의 인공 섬에 고급 주택단지 등을 짓는 1천억 달러 규모의 '포레스트 시티' 사업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마하티르 총리는 "대부분의 말레이시아인은 이러한 고급 주택단지에 살기 힘들 것이며, 나는 말레이시아 땅에 지은 도시를 외국인들이 들어와 차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18일 마윈(馬雲) 중국 알리바바 그룹 회장과의 만남에서 마 회장이 기술이전을 약속한 것을 언급하면서 "마 회장의 제안처럼 우리는 말레이시아가 혁신과 아이디어, IT 산업의 발전을 꾀할 수 있도록 돕는 투자를 바란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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