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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망원경으로 보기만 해도 적·아 항공기 구별…식별 기술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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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LIG넥스원은 19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진행 중인 '2018 대한민국 방산부품·장비대전 및 첨단국방산업전'에서 최신형 피아식별장비 '모드5'를 장착한 지대공 유도탄 발사기 '신궁'을 공개했다. 모드5는 항공기·함정·탱크 등과 전파로 통신해 국가 번호, 고유 식별 번호 등에 대해 질문한 뒤 돌아오는 응답을 보고 적군·아군 여부를 식별한다. [사진 LIG넥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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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3년 23일. 영국 공군 소속 토네이도 전투기 1대가 이라크·쿠웨이트 국경 상공에서 격추됐다. 격추 원인은 아군인 미군이 발사한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때문이었다. 미사일에 탑재된 식별 장비가 아군과 적군을 정확히 탐지해내지 못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주요 국가들은 적·아 식별 기술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게 됐다. 이에 새롭게 개발된 기술이 '모드5'다. 기존 기술이 '386' 컴퓨터라면, 이 기술은 펜티엄급으로 비유된다. 박정호 LIG넥스원 연구원은 "지금껏 한국군이 사용한 적·아 식별 기술은 월남전 때 사용했던 것"이라며 "모드5 기술은 아군끼리만 알아볼 수 있는 암호를 전파를 통해 송·수신하는 방식으로 식별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산업체 LIG넥스원이 19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방산부품장비대전 및 첨단국방산업전'에서 최신형 '모드5' 식별 장비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지대공 유도탄 발사기 '신궁'에 이 장치를 탑재해 기술을 시연한 것이다. 이 기술 도입은 한화시스템 등 다른 국내 방산업체에도 주요 추진 과제가 되고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암호화 기술을 강화한 모드5 개량 사업은 항공기는 물론 함정 등에도 장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군과 아군을 정확히 알아볼 수 있는 국방 기술은 계속해서 진화해 왔다. 1·2차 대전 당시 항공기와 요격용 미사일은 단순히 약속된 숫자만 전파로 주고받아 적·아군 여부를 식별했다. 식별 정보를 담은 전파가 암호화되지 않은 채 공중을 떠돌다 보니 적군에 의해 도청되거나 전파 방해도 쉽게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암호화한 디지털 데이터를 빠르게 송·수신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적·아 식별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 항공기에 부여된 고유 번호와 국가 번호, 미리 약속한 교전 부호 등 구체적인 내용을 해킹이나 전파 방해 위험 없이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모드5'에 적용되는 핵심 기술은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가 핵심 기술을 제공하고 LIG넥스원이 생산을 맡게 된다. 한화시스템도 독일 핸솔트, 미국 레이시온 등과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수입하던 장비를 국내에서 생산된 장비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모드5' 식별 장비를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되면 1000억원 이상의 수입품 대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현재 항공기와 함정 등을 위주로 적용되는 '모드5' 식별 기술의 적용 범위는 전차와 군용 차량 등으로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연구원은 "과거 적·아 식별 장비는 신호 혼선 우려로 전차나 군용 차량 등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웠다"며 "신형 모드5 장비는 개별 장비마다 자기만의 암호를 선별할 수 있는 신호를 쓰기 때문에 활용 범위가 크게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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