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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총재 연임 뒤 첫 기자간담회..조건부 금리인상 메시지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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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사진=이주열 한은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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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최근 실물지표라든가 여러 가지 데이터를 갖고 분석을 해보면 우리 국내경제의 성장이나 물가의 경로가 지난 4월에 보았던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19일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대외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가속화와 미중 무역갈등, 대내적으로는 고용부진 등 불확실 요인을 언급하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총재의 이런 언급은 국내 성장률이 기존 전망인 3%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총재는 3월말 퇴임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총재에 연임이 되면서 언론과의 간담회가 늦어졌다고 했다.

■ 물가 목표수준에 근접하면 금리인상 더 할 수 있어

이 총재는 완화정도의 조정, 즉 금리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언급도 내놓았다. 기존 스탠스에서 크게 변하지는 않은 것이다.

이 총재는 “성장세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이어가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고 상기시켰다.

총재는 그러나 “불확실성이 높고 지켜볼 사항이 있기 때문에 우리 국내외 경제상황을 다시 한 번 면밀히 점검해 보겠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금리와 관련해서는 “중기적 관점의 물가가 중요하다”면서 "지금은 물가가 목표 수준에서 밑돌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정보를 가지고 분석해 보면 하반기, 특히 4분기로 가면 물가 오름세는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외자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 제한적..금리차와 자본유출 문제도 대비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해선 기존의 '금리차가 전부는 아니다'는 견해를 피력하면서도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은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경제의 거시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입장도 유지하고 있었다.

이 총재는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무역분쟁, 일부 신흥국의 금융불안 등을 고려하면 국내 자금 유출입에도 영향을 주고, 지금까지는 유입세였으나 그것이 유출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뒤이어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 경제여건, 다시 말씀드려서 큰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라든가 여러 가지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점 등을 감안해 보면 소위 서든 스탑, 단기간의 대규모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 고용 전망 하향 시사..얼마나 낮출지는 좀 더 보고

최근 극심한 부진을 보인 고용에 대해선 자동차, 서비스업 등의 업황 부진과 일부 제조업의 구조조정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컸던 데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취업자 증가수가 2~5월 4개월 동안 10만명을 겨우 웃돌거나 7만명을 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한은은 7월 경제전망에서 취업자수 전망을 낮출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이 총재는 다만 "금년 중 취업자수 증가규모는 지난 4월에 저희들이 했던 26만명을 밑돌 것으로 보이나 7월에 취업자수 수치를 10만명대로 낮출지는 좀 더 보고 밝히겠다”고 말했다.

■ 매파적이었던 5월 금통위..금통위원간 이견은 자연스런 일

한편 금융시장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과 5월 금통위 당시 많은 사람들이 '비둘기적이었다'고 평가했던 총재 자신의 코멘트에 대해선 “의사록에서 일부 위원께서 저금리를 장기간 끌고 가는 것에 따른 문제점을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상 저를 포함해서 일곱 사람 전체의 결정은 만장일치이지 않았습니까”라고 언급했다.

총재는 “특정 사안에 대한 뷰라든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는 시각이 다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당시 2명은 금리 추가인상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나머지 한 사람도 이에 준하는 발언을 하면서 투자자들을 긴장시켰다.

■ 조건부 금리인상론..총재 발언에 밀렸다가 되오른 채권가격

이자율 시장은 이날 오후 3시 이 총재의 발언이 공개된 뒤 속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총재 발언 공개 예정이던 오후 3시를 앞두고 3년 국채선물 가격은 꾸준히 올라 107.90까지 상승한 뒤 3시 3분엔 107.81까지 속락했다.

하지만 곧이어 저가매수가 들어오면서 가격은 다시 107.90선 근처로 오르다가 다시 내려가는 등 등락을 지속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이 총재의 성장과 물가 경로에 대한 판단이 기존 전망과 큰 차이 없다는 발언에 채권 가격이 밀렸으나 다시 반등했다"면서 "전체적으로 롱 재료에 더 민감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인은 "총재 발언에 긴장했다가 채권가격이 다시 오른 것을 감안하면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기존 전망을 유지하겠다는 발언과 함께 불확실성이 커진 부분을 거론하면서 애매해하는 모습도 많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이 총재가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것인지, 그냥 있겠다는 것인지 애매하다"면서 "총재가 스탠스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총재의 발언을 감안할 때 여건이 받쳐주면 금리를 더 올리겠다는 언급을 한 셈이어서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가 중요하다는 지적들은 많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총재의 발언은 조건부 금리인상에 맞춰졌다. 결국 금리를 올리긴 할 것인데, 언제 올리겠다는 것인지 답을 찾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의사록을 보면 당장 7월도 가능해 보이긴 하는데, 그보다는 7월에 경제전망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8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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