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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현대상선, 세계 1위 머스크와 유럽항로서 겨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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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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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스테이션 스탠바이(전원 출항 준비)."

지난 10일 오전 6시 35분(현지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RWG 터미널. 서민수 현대유니티호 선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22명의 선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김영진 1등 항해사는 컨테이너선 앞부분으로 달려가 자리를 잡았다. 1등 항해사는 입·출항 때 갑판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관장한다. 김 항해사의 얼굴은 어느새 땀에 흠뻑 젖었다. 그의 옷은 기름때로 가득했다. 컨테이너선 맨 위 선교(브리지)에 위치한 조종실(휠하우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 선장은 "대형 선박은 입·출항이 가장 위험하고 정교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세계 해운물류의 황금노선인 유럽 항로를 개척하고 있다. 특히 이 항로를 독식하고 있는 머스크, MSC, 하파그로이드 등 글로벌 선사들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4월부터 '부산~상하이~싱가포르~콜롬보~로테르담~함부르크~홍콩~부산'으로 이어지는 70일 일정의 AEX노선 서비스에 들어갔다. 총 10척의 배가 일주일 단위로 출발한다. 9항차까지 선적 예약률 100%를 달성할 정도로 초반 기세가 무섭다.

최덕림 현대상선 독일 법인장(상무)은 "함부르크에서만 컨테이너박스 3300개를 적재할 정도로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46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투입은 2만TEU 초대형선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2020년 배출가스 규제 시행에 맞춰 2만3000TEU급 12척, 1만4000TEU급 8척 발주 작업에 들어갔다.

출항 전 RWG 터미널에서는 24시간 동안 컨테이너박스 1685개가 배에서 야드로 옮겨졌다. 컨테이너 1105개가 새로 실렸다. 컨테이너를 쌓고 내리는 모든 작업은 무인화·자동화돼 있었다. 닐스 데커 RWG 터미널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2015년에 개장한 RWG 터미널의 자동화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며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였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RWG 터미널 지분 20%를 확보한 주요 주주다. 글로벌 해운사 CMA CGM과 세계적인 터미널 운영사 DP월드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상철 현대상선 네덜란드법인장은 "자영 터미널을 확보하면 비용을 아끼고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글로벌 해운사들의 항만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독일도 터미널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 내 최대 터미널 운영사 중 한 곳인 유로게이트 터미널의 톨스텐 마이어 세일즈 디렉터는 "유로게이트가 운영하는 빌헬름스항의 스트래들 캐리어(야드 트랙터)부터 자동화를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 10월부터 약 1년간 테스트 기간을 거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드 스타보드(우현 35도)." 로테르담항 도선사(하버 파일럿·harbour pilot)의 조타 지시가 이어졌다. 도선사는 배가 안전하게 항구를 빠져나갈 때까지 선장을 대신해 조종한다. 선장보다 항구와 터미널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수시로 바뀌는 도선사의 지시에 아셀로 파렐 조타수는 오른쪽, 왼쪽으로 연신 조타기를 돌렸다. 컨테이너 무게까지 8만t이 넘는 배가 미끄러지듯이 항구를 빠져나갔다.

로테르담항을 벗어나 함부르크항 입구까지 북해를 운항하는 동안 선박 조종 권한은 제인스 마틴 도선사에게 넘어갔다. 마틴은 심해도선사(딥시 파일럿·deep sea pilot)로 불린다. 국제적으로 정해진 근무시간을 지키고 운항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기관실에서 엔진, 발전기 소음 때문에 귀마개는 필수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고말석 기관장은 "8기통 엔진이 50m 길이의 샤프트를 돌리고 샤프트가 프로펠러를 돌려 배가 앞으로 나가게 된다"며 "기계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11일 오전 7시 10분 함부르크항 도선사 2명이 올라왔다. 2명의 도선사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여러 척이 정박해 있는 좁은 함부르크항에서 배를 120도 돌린 후 조심스레 후진해 유로게이트 터미널에 배를 접안시켰다. 선교 안팎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흘러넘쳤다. 방향과 속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8시 30분 접안 작업이 모두 끝났다. 2명의 도선사는 퇴선했다. 대형 크레인이 움직이며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시작됐다. 유럽의 주요 항구는 환경 규제가 엄격하다. 선박 내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감독한다. 현대유니티호도 로테르담항과 함부르크항 입·출항 때 저유황유를 사용했다. 고 기관장은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등 친환경 컨테이너선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테르담·함부르크 =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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