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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글로벌포커스] 비핵화 성패, 美·中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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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거둔 외교적 성과는 혁혁하다.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정권의 합법성과 정통성을 인정받은 건 단연 으뜸이다. 미국 대통령 서명이 들어간 안전 보장을 받아낸 것도 치적이다. 미국으로부터 제대로 된 국가로 인정받고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싶다는 선대들의 오랜 숙원을 하루아침에 실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 대결 종식의 계기를 만든 것도 큰 업적이다. 7년여 동안 왕래를 끊었던 중국을 연거푸 방문해 북·중 관계도 복원했고 러시아·일본 정상들과도 곧 회담이 성사될 전망이다. 이 또한 외교적 승리다.

개인적으로도 성공했다. 그는 금기(禁忌)를 모두 깨뜨리는 중이다. 중국이 제공한 전용기로 외국을 방문하고, 심야 관광지에서 셀카를 찍는가 하면 환호하는 인파에 손 흔들어 답례한다. '은둔의 왕국'에서 온 30대 젊은 지도자답지 않게 '록 스타'처럼 전 세계 이목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 모두가 반년도 안 되는 사이 이뤄진 일들이다.

북한 외교는 지금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 시작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심'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세계가 목도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제재에 따른 압박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자발적 포기인지는 분명치 않다. 중요한 건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전 세계 카메라 앞에 나타나 비핵화를 공약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진전은 한국, 미국, 중국 등 3국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김 위원장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미국을 인내심을 갖고 설득한 문재인 대통령, 숱한 반대와 위험을 무릅쓰고 회담을 전격 수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증인을 자처하며 북한의 행동을 촉구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3자 간 협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미·중이 협력해 전쟁 위기의 한반도를 평화와 협력의 길로 이끌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심이 만일 제재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최대의 압박'을 밀어붙인 미국과 여기에 호응한 중국의 행동이 주효했다는 방증이다.

그렇지 않고 자발적 포기라면 핵이 없더라도 미·중과 공생·공영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면 세계를 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번영의 길로 이끌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해 보인 첫 번째 사례다. 국제사회는 21세기 글로벌 거버넌스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점에서 이를 주목하고 있다.

북·미 공동성명은 비핵화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비핵화 1차 완성 시한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2020년 11월 이전으로 못 박고 있다. 최소 15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난관과 우여곡절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비핵화 대장정은 반드시 완주해야 한다. '핵 없는 평화의 한반도'가 모두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은 "국내 정치의 득실이나 지정학적 셈법에 얽매이지 말고 대국적 관점에서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정곡을 찌르는 지적이다.

당장 이번주로 예정된 북·미 고위급 협상, 한미 연합훈련 중단,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 종전 선언 등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여기에다 과거 북한 비핵화에 합의한 9·19 공동성명을 파탄 낸 검증·사찰, 미국이 원하는 핵무기와 미사일 조기 반출, 중국이 주장하는 대북 제재 해제 등 휘발성 강한 사안도 산적해 있다. 이 모두 미·중 간 협력이 불가피한 사안들이다.

한반도에는 남북, 북·미라는 2개의 대결 구도가 상존한다. 판문점 선언은 남북한 대결을, 북·미 공동성명은 북·미 간 적대를 청산하는 계기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냉전 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는 출발점에 선 것이다. 종착역은 당연히 비핵화 완결이다. 김 위원장은 "세상은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 약속이 현실이 되기까지 미국과 중국은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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