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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헌법이나 국가(國歌)의 성차별적 표현은 수정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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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 운동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정치계와 문화계로 확산된 개혁의 불씨는 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극단의 대표는 자신의 왕국의 절대적인 독재자로서 군림하였고,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정치인들도 오히려 타인이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후안무치’, ‘인면수심’이 아닐 수 없다.

미투(Me-too) 운동을 계기로 사회의 폐습을 바꾸기 위한 여러 가지 변화가 추진되고 있다. 그 중 눈에 띠는 것이 성차별적인 표현이 명시되어 있는 헌법이나 국가(國歌)의 수정 논의이다. 이미 독일에서는 ‘아버지 나라’를 ‘고국’이라는 표현으로 전환하여 양성평등을 추구하자는 입장을 밝혔고, 오스트리아 정부는 2012년에 ‘아름다운 아들들’이라는 부분을 ‘아름다운 아들과 딸들’로 교체했다. 이처럼 유럽의 국가들은 조상의 전통과 문화가 담긴 국가를 실정에 맞추어 유연하게 바꾸고 있다. 하지만 한중일 동북아시아 삼국은 유교사상이 뿌리 깊어 오래된 관습을 수정하는 것에 저항감이 강한 편이다. 이러한 사회적 논의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첫째, 성차별적인 표현의 기준이 모호하여 삭제 또는 수정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종교적인 색채가 짙어 보인다면서 메리 크리스마스를 금지하자고 하는 것이나, 애국가에서 하느님이란 용어가 기독교의 하나님을 연상시킨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주관적인 기준이 내재해 있다. 헌법의 4.19 혁명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부분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뉴 라이트 집단은 1948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선언하며 그 이전의 정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탓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주관적인 기준이 뿌리내린 상태에서 객관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 애국가와 헌법 같은 경우는 역사적 사실에 입각하고 선조들의 사상도 반영하기에 현대 사회에서 바꾸기 힘들뿐더러, 현재 사회의 흐름을 맞춘다는 맥락에서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일 수도 있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남녀의 범위는 개국정부 인사 구성 위원회가 남성 위주였기에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착오이지만, 주관적인 기준으로 두서 없이 수정하게 된다면 기본적인 조항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나아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음은, 헌법내 성차별적 표현의 수정은 국민정서에 큰 영향을 주고 포퓰리즘 (대중영합주의)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성립은 국민의 동의가 전제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국민 대다수가 헌법을 제정하는 데 동의하였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다수와 소수의 의견을 취합해서 성립된 우리나라 정부와 법은 이미 적법절차를 통해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했고, 특정 집단의 의견만 반영되지 않도록 서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검증된 사실만 채택하고자 노력했다. 남존여비라는 유교 사회의 잔재라 볼 수 있는 법이지만, 개정하는 절차에서는 균형 잡힌 시각 형성에 주력해야 하며 여성 단체의 입장만 옹호하여 수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나라’라고 하든 ‘어머니의 나라’든, 아름다운 아들이나 딸이라 하던, 국가의 건립 목적은 변함없이 국민의 행복 추구를 목표로 설정하였고 전문가 집단에서 엄선해서 만든 것이다. 국민이 정부에게 자치권을 양도하도록 허락한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헌법과 국가에 불쾌하게 들리거나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다고 하여 그것을 지우자 말자 하는 논쟁은 섣부른 판단을 불러 올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헌법과 애국가 등에서의 성차별적인 표현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준다면 당장 개정해야 하지만, 우리나라가 70년간 아무런 탈 없이 지내왔던 것을 보면 국민은 이미 국가와 법 조항에 수긍하고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매경 청소년 기자단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1학년 송기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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