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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서른 즈음 `꿈의 직장` 그만두고 타투이스트 도전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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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공공기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타투이스트로 변신한 이서하 씨(31). [사진 = 김민지 인턴기자]


서른을 앞두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뒀다. 그리고 사람들의 몸에 문신을 새기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 타투이스트 이서하 씨(31) 이야기다.

더워진 날씨에 노출이 많아진 요즘, 젊음의 상징 홍익대학교 거리에선 몸 곳곳에 문신을 새긴 젊은이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지난 17일 그곳의 한 카페에서 이 씨를 만나 그가 직장을 나와 타투이스트로서의 '인생 제2막'을 열 수 있었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안정된 직장을 찾다가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에 취직해 약 2년간 일했다. 그는 세종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과를 복수전공했다. 그는 "그저 남 보기에 괜찮고 나 자신 하나를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직업을 갖고 싶었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이랬던 그가 서른을 앞두고 과감히 퇴사했다. 그는 "평소에 여행을 잘 다니지 않다가 어느 날 싱가포르에 갔는데 내가 '우물 안 개구리' 같았다"며 "그동안 못 했던 걸 해 보고 싶단 생각에 퇴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가 타투 문화를 접한 것도 타지에서다. 퇴사 후 저렴하게 유럽에 다녀올 방법을 찾다가 '까미노(Camino)' 순례길에 도전했는데 그 때 포르투갈에 머물다 발목에 첫 타투를 새겼다. 그는 "'새 출발'의 의미를 담아 포르투갈에서 처음으로 들른 성당에서 받은 도장을 몸에 타투로 새겼다"며 발목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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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가 포르투갈에서 처음으로 남긴 타투. 이 타투를 계기로 인생 제2막을 열었다. [사진 = 김민지 인턴기자]


홍보팀에선 회사를 외부에 알리는 일을 하다 보니 오로지 '나만의 것'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 하나뿐인 내 작품을 다른 사람의 몸에 새기는 타투이스트란 직업에 매력을 느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자신에게 첫 타투를 새겨준 포르투갈인으로부터 두 달간 하루 종일 속성으로 타투를 배워 현지에서 자격증까지 땄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여기저기 발품 팔며 타투를 배우러 다녔다.

일명 '금수저'도, 모험적인 사람도 아니었던 그가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던 원동력은 절박함이었다. 타투에 대한 애정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컸다. 그는 "지금도 오로지 나를 위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이라 밝혔다.

이 씨는 이제 1년 차 타투이스트로서 홍대 일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림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뒤늦게 시작한 만큼 더 치열하게 타투를 연습했다. 그는 "작업했던 손님이 개인 SNS에 타투를 자랑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타투이스트로서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 대체할 수 없는 그만의 스타일도 찾는 중이다. 그는 "타투의 특성상 내 작품은 손님의 것이 된다"며 "그래서 작업하기 전에 그분들과 충분한 소통을 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타투에 담으려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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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껍데기에 타투를 연습하는 이서하 씨. [사진 = 이서하 씨 인스타그램(lil_p__tatts) 캡처]


그는 방황하는 취업준비생과 직장인에게 "조금 쉬어가도 된다"고 전했다. 당장 일탈을 하란 말이 아니다. 그는 "학생과 직장인이야말로 사회의 일원으로서 치열하게 가치 있는 일을 하고있으니 존경스럽고 대단하다"면서 "하지만 일이 잘 안 풀린 땐 잠시 길을 잃어도 된다는 태연함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디지털뉴스국 김민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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