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충청도 스타일의 색다른 수제비를 맛보는 즐거움, `남산꼬치장수제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식부부의 맛집기행-48] "수제비는 엄마가 집에서 해주는 것이 제일 맛있어요. 밖에서 먹는 수제비가 맛있다 해도 엄마표 같지 않은 것은 음식에 너무 많은 것을 넣는 것도 원인 중 하나일 거예요. 몸에 좋은 거라도 지나치면 제맛이 나지 않아요. 저희 집은 엄마가 집에서 식구들을 위한 수제비를 만들 듯이 최대한 단순화하고 절제해서 만들고 있어요." 논현동에 있는 '남산꼬치장수제비'의 이애경 대표(59)는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집이라며 겸손해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평범함이 다른 수제비 집과 차별화되는 이 집만의 특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일경제

꼬치장 수제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제비는 전형적인 국민음식. 저희도 수제비를 좋아하다보니 한 달에 서너 번은 이런저런 수제비 집을 찾곤 하는데, '남산꼬치장수제비'는 지금까지 먹어오던 수제비와 확연히 차이 나는 맛을 갖고 있습니다. 평범해 보이면서도 먹을수록 다시 찾게 만드는 맛이라고나 할까요. 이 집의 상호이자 시그니처 메뉴이기도 한 꼬치장수제비는 이름 그대로 매콤합니다. 순한 맛의 수제비에 길들여져 있어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얼얼하기만 한 매운맛이 아니라 매콤함 속에 속을 풀어주는 맛이 담겨 있습니다. 생선 지리를 주로 먹다가 매운탕을 먹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꼬치장수제비가 이 집의 상징적인 메뉴이기는 하지만 매콤하지 않은 것을 원하는 분들을 위해 매생이수제비와 김치수제비도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매일경제

`남산꼬치장수제비` 이애경 대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꼬치장수제비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궁금했습니다. "제 친정이 충청도 아산이에요. 아산에서는 수제비에 고추장을 풀어 매콤하게들 드셨습니다. 수제비 가게 오픈을 생각하면서 엄마한테 배운 방식 그대로 만든 수제비를 손님들에게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이 대표는 꼬치장수제비가 자신에게 엄마표 수제비이자 추억의 고향 맛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대표는 엄마에게 배운 대로 재료를 최대한 단순화해서 음식을 만든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정성까지 절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수제비 육수는 오로지 멸치와 다시마로만 맛을 냅니다. 조미료는 일체 사용치 않습니다. 멸치와 다시마는 부모님이 10여 년 사시던 제2의 고향과 같은 삼천포의 것을 받아다 사용합니다. 멸치도 업소용과 가정용이 있는데, 업소용은 가정용과 같은 맛이 나지 않아 비싸도 가정용을 구입해 육수를 만들어 사용합니다. 고춧가루도 부모님이 오랫동안 거래해오던 삼천포 것을 그대로 이어서 사용하고 있고요." 음식에 사용하는 재료는 심플하지만 최대한 경험으로 검증된 좋은 식재료를 쓰고자하는 데서 이 대표의 마음 씀씀이가 엿보입니다. 재료가 이처럼 좋다고 좋은 맛이 절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집 수제비가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기까지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쳤고, 이런 노력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답니다.

'남산꼬치장수제비'는 수제비 전문점이지만 맛있는 다른 메뉴들도 함께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이 집의 단골손님 중에는 인근 샐러리맨들이 많은데, 수제비를 좋아하더라도 매일 먹을 수 없다는 고충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지요.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달라는 손님들의 요청을 받아 등장한 메뉴들이 밥과 야채, 생선 등으로 만드는 전. '내가 만드는 밥'이라는 메뉴는 밥에 멸치, 불고기, 스팸, 참치 중 하나를 골라 토핑해 먹는 스타일입니다. 저녁에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편육, 문어나 오징어 숙회 등도 맛보실 수 있습니다.

'남산꼬치장수제비'는 이 대표를 비롯해 문영애, 안정민 씨 등 3명의 공동대표가 의기투합해 만든 음식점. '음식장사가 얼마나 힘든데 예순이 다된 나이에 굳이 식당을 내려고 하느냐'는 만류를 많이 받았지만, 젊은 시절부터 맛있는 음식점을 꼭 오픈해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있어 가게를 열게 되었답니다. "저는 셰프도 아니고요, 그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일 뿐입니다. 제가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면 굳이 일일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손님들께서 알아봐 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제 스스로 최선을 다한 음식으로 손님을 모시자는 마음 하나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 대표의 음식 철학이자 그가 음식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입니다.

매일경제

`남산꼬치장수제비` 전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산꼬치장수제비'는 논현동 경복아파트 사거리에 있습니다(경복아파트는 이제 없어졌지만 이 동네는 이렇게 불러줘야 귀에 쏙 들어오는 느낌이 듭니다~^^). 음식점 규모가 30석이 안될 정도로 작지만 실내에 들어서면 정갈하고 편안함이 묻어나옵니다. 이 집의 상호를 '고추장'이라는 표준말 대신 '꼬치장'이라고 한 것은 충청도 고향 느낌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네요. 마치 '자장면'보다 '짜장면'으로 불러야 제맛이 날 것 같은 느낌과 비슷한 거 아닐까 싶습니다. 근데 강남에 있는 음식점에 '남산'이라는 말을 붙였는지 그것도 궁금해 이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남산은 애국가에도 나오듯이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익숙한 산이에요. 특별히 높지도 않고 특별한 장비가 없더라도 편히 오를 수 있는 곳이고요. 저희 가게가 손님들에게 그런 집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평범함과 익숙함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줍니다.

♣ 음식점 정보
△메뉴
- 수제비: 꼬치장 7000원, 김치 7000원, 매생이 9000원
- 내가 만드는 밥(토핑: 멸치, 불고기, 스팸, 참지 중 택 1) 4000원
- 점심세트 A(수제비+주먹밥) 9000원, 점심세트 B(수제비+주먹밥+전) 1만1000원
- 전류: 야채전 1만5000원, 생선전 1만5000원, 육전 2만5000원, 모듬전(중) 3만원, 굴전 2만원(계절)
<저녁 특별 메뉴>
- 편육: 소고기 3만원, 돼지고기 2만5000원, 반반 2만8000원
- 문어숙회 3만원 오징어숙회 1만5000원, 모듬 한 접시(소고기, 돼지고기, 문어, 오징어) 5만원
△위치: 서울 강남구 언주로 605(논현동 237-5), (02)517-5995
△영업시간: 10:00~23:00(브레이크 타임 15:30~17:00, 일요일 휴무)
△규모 및 주차: 26석. 대중교통 이용
△함께하면 좋을 사람: ① 가족 ★, ② 친구 ★, ③ 동료 ★, ④ 비즈니스 ☆
♣ 평점
맛 ★ ★ ★ ★ ★
가격 ★ ★ ★ ★ ★
청결 ★ ★ ★ ★ ★
서비스 ★ ★ ★ ★ ☆
분위기 ★ ★ ★ ★ ☆

매일경제

[유재웅 을지대 교수·박정녀 하나금융투자 롯데월드타워WM센터 이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