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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KT, 여야 막론 국회의원 불법 후원…받은 혜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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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국회의원별로 1400만원까지 돈줘, 합산규제법 '일몰조항' 등 혜택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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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이 4월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 피의자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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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임직원 명의로 100명 가까운 여야 국회의원들을 불법 후원한 혐의가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KT는 국회에서 논의되는 현안을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별로 최소 100만원, 최대 1400만원을 조직적으로 불법 후원했다.

KT 임원이 국회의원실 관계자 직급에 맞춰 골프 등 접대를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일부 의원실은 불법 후원 사실을 알고도 돈을 받거나 지역구 단체를 후원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KT 불법 후원금 받은 국회의원 99명… 여야 반반, 상임위 3곳에 집중

경찰에 따르면 KT 임직원들은 주유 상품권 등을 현금화(소위 상품권깡)해 이를 임원 개인 명의로 국회의원 후원 계좌에 돈을 입금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로 회사 주차장에서 실무진과 상품권깡 업자가 만나 3.5%~4%대 수수료로 상품권과 현금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후원 액수는 국회의원 1인당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1400만원까지 다양했다. 불법후원에 이름을 빌려준 KT 임직원은 총 27명이다. 정치자금법상 1인당 후원 한도(연간 500만원)를 넘기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후원했다. 경찰 관계자는 "차명 후원을 허락한 임직원 대부분 후원의 위법성 여부를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KT가 주로 KT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집중 공략했다고 본다. 경찰 관계자는 "KT는 여야를 따지지 않고 19대·20대 국회 당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집중적으로 후원금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 비율은 반반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국회의원 신분이 아닌데도 당선이 유력하다는 이유로 후원한 정황도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KT는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5명을 후보자 시절 불법 후원하기도 했다"며 "당선이 예상되는 후보자의 계좌로 돈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불법후원 등을 바탕으로 입법활동 등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를 받은 KT 관계자들은 2014~2015년에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법, 2015~2016년에는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저지를 위해 불법 후원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합산규제 제도는 사실상 KT를 겨냥했던 제도다. 국회는 2015년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 법안을 3년 일몰로 통과시켰다. 통합방송법(통방법)이 3년 내 제정될 것이란 명분으로 정한 일몰 시한이었지만 업계에서는 3년 일몰 규정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갑자기 삽입됐다고 본다.

실제 통방법 도입은 이뤄지지 않았고 합산규제는 사실상 무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7년 하반기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유료방송 시장에서 KT의 점유율은 20.2%, KT스카이라이프 10.3%로, KT 계열 점유율이 30.5%다. 합산규제법상 33%를 넘게 되면 신규 가입자 모집 제한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그러나 올해 해당 규제 조항이 일몰하면서 KT와 KT스카이라이프는 점유율을 늘릴 기회를 잡게 됐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은 논란 끝에 2016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금지 결정으로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이 역시 KT의 전방위적 로비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경찰 관계자는 "KT 대관업무를 맡는 CR 부문 직원들이 황창규 회장을 국정감사 출석자 명단에서 제외 시켜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이 요청이 이뤄진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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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황창규 KT 회장이 국회의원 불법 후원을 지시한 것으로 본다. 경찰이 공개한 황 회장 보고 문서에는 구체적인 후원 내역이 나와있다. /자료 제공=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황창규 회장, 불법 후원 지시 부인…'회장 보고 문서'에는 후원 내역 구체적

경찰은 황 회장이 불법 후원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한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후원 내역이 담긴 회장 보고 문서 등을 확보했으며 임원들 진술 상으로도 황 회장이 불법후원에 수긍하는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입건한 KT 임원 6명 중 현직 사장급인 구모씨(54)를 제외한 퇴직 임원 5명은 모두 황 회장의 불법 후원 지시를 인정했다.

하지만 황 회장은 "보고받은 바 없으며 CR 부문의 일탈 행위로 보인다"고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KT가 의원실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골프 등 접대를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KT가 상품권 깡으로 조성한 11억5천여만원 중 후원금을 제외한 나머지 7억여원은 영수증도 없이 쓰였다.

경찰 관계자는 "상무는 보좌관을 접촉하고 전무급 이상은 의원을 직접 상대하는 등 '급'에 맞춰서 각종 접대를 했다는 진술이 나왔으나 정확히 물증으로 확인되지는 않아 혐의를 적용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국회의원실은 KT의 불법후원 사실을 인지한 정황도 나왔다. 대관을 맡은 CR(대외협력) 부문 직원들이 임원 명의로 후원한 후 이를 의원실에 알리면 보좌관 등이 '알았다', '고맙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거부 의사를 밝혀놓고 결국 돈을 받은 의원실도 있었다. 이처럼 불법후원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 의원실은 약 10곳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후원 인지 사실이 증거로 남아있는 의원실 관계자들을 상대로 소환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실은 정치후원금 대신 지역구 내 시설이나 단체 등에 기부·협찬을 요구하거나 보좌진이나 지인을 KT에 취업시켜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의원실 1곳의 관계자에게 소환조사를 요청했으나 아직 내사 단계"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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