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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사변적인’ 북미정상회담...기자가 꼽은 ‘이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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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웜비어 얘기 나눴나’… 북미 정상 서명 직전 돌발 질문

- 美 주류 사회 시각 반영… 못 믿을 트럼프, 더 못 믿을 김정은 시각

- 기자에게는 국적이 있어… 日 ‘납치자’ 美 ‘웜비어’ 南 ‘한반도 평화’ 기본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한국시각으로 지난 12일 오후 5시무렵. 카펠라 호텔 대형 테이블에 배치된 두개의 좌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메라를 향해 나란히 앉았다. 역사적인, 또는 사변적인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양 정상이 서명을 위해서였다. 카메라 플래시는 연신 빛을 뿜어댔고, 주변은 숙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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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이 지난 12일 합의서에 서명을 하는 장면. ‘웜비어 얘기는 나눴나’는 질문은 합의서 서명 직전, 현장에 앉아있던 한 미국 기자로부터 나왔다.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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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돌발 질문이 나왔다. 좌석에 앉은 미국 기자가 영어로 “오토 웜비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나요?”라고 물은 것이다.

중계를 보던 입장에선 개인 탄식이 나왔다.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저런 질문이…’ 다행히 김 위원장의 통역사는 관련 내용을 김 위원장에게 통역치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관련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이후 두 정상은 합의서에 서명했다. 서명 직전 나온 ‘웜비어 질문’ 장면은 북미정상회담을 통틀어 기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유는 2018년 6월 12일 현재 북미회담을 바라보는 시각과 북미회담이 전 세계 어떤 지형 하에서 이뤄졌는지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해석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또다른 한 장면을 꼽자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장면이었다. 대부분의 질문은 백악관 출입 기자들로부터 나왔다. 상당히 공격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예컨대 ‘김정은은 사람을 죽였다. 그런데도 특별한가’라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재능이 많다. 26세에 위원장이 됐고, 국가를 지도해왔다. 나이스하게 해오진 않았지만 10만명중에 1명도 그렇게 할 수 없다. (웜비어 사망은) 굉장히 끔찍한 사건이었다, 그때부터 북한에 어떤일이 일어나고 있나. 북한도 거기에 더 집중한다. 웜비어 죽음이 의미없진 않다. 그 죽음이 의미없진 않다”고 답했다.

또다른 미국 기자의 질문으로는 “인권문제를 문제 삼아야 하지 않냐”고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희가 다뤘다. 앞으로도 짚고 넘어갈 것이다. 최대한 빨리 실종자 유해발굴을 시작할 것이다. 전사자 유해 송환을 신속하게 할 것이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미국 기자들은 ‘트뤼도는 김정은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우방국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김정은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김정은과 만나면 1분도 안돼 뛰쳐나가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 ’김정은의 의지를 어떻게 확인했나’, ‘북한이 약속을 이행안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은 세계 최고의 인권탄압국가’라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기분 나쁠만한, 또는 모욕적이란 생각이 들 정도의 공세적 또는 비판적 질문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교적 차분하게 답을 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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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카펠라 호텔 인근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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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쏟아졌던 질문들은 북미회담에 대해 가지고 있는 미국측 주류들의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질문들이었다. ‘웜비어는?’, ‘북한 인권은?’, ’비핵화 합의는?’, ‘합의 이행은?’, ‘약속 안지키면?’ 등의 질의 등이 그렇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미국 80%가 북미회담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더불어 이는 북미회담이 어떤 세계 지형 하에서 치러졌는지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곱지않은 시각, 의혹어린 시선, 못믿을 트럼프에, 더 못믿을 김정은 등이 북미회담을 둘러싼 세계의 시각이란 것이 확인됐다. 이후 나오는 CVID가 왜 합의서에 왜 포함되지 않았느냐는 비판적 보도도 기본 철학적 배경에는 북미회담을 향한 곱지 않은 시각이 깔려있다.

기자에게 국적이 있을까. 기자에겐 국적이 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도중 ‘남한 기자’를 일부러 찾아 질문을 던졌다. 남한 기자는 ‘남북미 회담 가능성과 종전선언이 언제쯤 가능하겠냐’고 물었다. 남한 사람들 중 한명인 남한 기자의 최대 관심사는 여전히 ‘휴전 상태’인 한반도 상황을 종전 상태로 바꾸고, 더불어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남북미 회담의 필요성을 주지 하고 있었단 점이다.

일본 기자는 일본 기자들이 매일 반복하는 질문을 또다시 현장에서 던졌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말했다시피 비핵화 의제 외에도 납치자 문제가 아베 총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는 걸 잘 안다. 앞으로도 다룰 것이다. 이 문제도 중요하게 다룰 것이다. 앞으로 실마리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해체’가 기본인 포스트모던 시대에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무한한 입장간의 부딪힘은 기본이다. 미국과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 역시 남북미 회담을 바라봄에 있어 이해관계가 다른 상대국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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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확대정상회담 직전 테이블을 가로질러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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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국민들은 지난 13일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현재의 집권 여당을 향해 몰표를 던졌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구축된 한반도 평화 국면에 대한 지지이자, 문 대통령을 향한 꽃다발이기도 했다. 지난해 북한의 도발이 정점을 찍자 미국 상원의원은 ‘전쟁을 해야 한다. 미국 땅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는 발언을 했고, 문 대통령은 ‘남한의 결정없이 누구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치를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말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었고, 후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협상 대상으로 꼽은 것도 이 때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북한의 비핵화, 또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향한 노정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들이 깔려있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주변국가들과 남한 내 안보보수 역시 각자의 입장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때로는 덜컹거리고, 때로는 휘청이면서 진행될 공산이 크다. 과거 반복됐던 퍼주기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북한의 비핵화 속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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