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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최근 일주일 일정으로 포르투갈을 다녀왔다. 첫 유럽 여행이었다.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층을 쌓듯 지어진 주황색 지붕의 주택 건물들. 몇백 년 전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모습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한편으로는 이런 풍경을 간직하려면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관리를 잘했어도 몇백 년 전 건물이다. 단열·난방 등도 요즘 건물들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질 것이고 구조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낡은 건물 내부는 대부분 현대식의 세련된 공간로 채워져 있었다. ‘해리포터’의 9와 4분의 3 정거장을 통과한 듯한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비록 며칠 동안이었지만 생활하는 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포르투갈이 건물의 외벽은 남겨놓고 보존하는 방식으로 재건축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 포르투갈 곳곳 공사현장에서 이런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포르투 상벤투역 근처의 공사장에는 오래된 외벽 2곳만 남기고 모두 철거된 상태였다. 어느 가정집의 리모델링 현장 역시 외벽을 남기고 안은 모두 뜯어고치는 식으로 공사가 이뤄졌다. 포르투갈인은 이런 방식으로 과거의 아름다움과 현대의 편안함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흔적 남기기’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의 ‘리빙 헤리티지’ 사업이 그것이다. 서울시는 개포주공1·4단지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과정에서 한 개 동을 남겨놓거나 굴뚝은 문화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걸고 있다. 이를 두고 공공의 지나친 사유재산 침해라는 등 반발이 적지 않다. 80년대 성냥갑 같은 낡은 아파트가 뭐가 예뻐서 남겨둬야 하느냐는 반문도 나온다. 그러나 과거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가 아닐까. 눈을 뗄 수 없는 포르투갈의 풍경을 보며 또 다른 질문을 던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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