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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IF] 대기 중 CO₂분리해 연료 대량 생산하는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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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몰리던 이산화탄소가 최근에는 인류에게 희망을 줄 유용한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도 최근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연구로 과학계와 산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비용이 크게 줄어들어 이산화탄소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분리한 이산화탄소는 합성 연료로 만들거나 전력 생산에 이용하는 등 자원화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 비용 6분의 1로 줄여

데이비드 키스 미국 하버드대 응용물리학과 교수는 지난 7일 국제 학술지 줄(Joule)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지금보다 6분의 1 이상 저렴한 비용으로 대기에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산업계에서 이산화탄소 1t을 모으는 데 600달러 이상이 들어갔는데, 이를 100달러 이하 수준까지 낮추는 데 성공한 것이다.

키스 교수의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 2015년 캐나다 캘거리에 세운 벤처 기업 '카본 엔지니어링'을 통해 구체화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등 세계적 부호들이 투자한 이 기업은 최근 캘거리 부근에 900만달러(약 97억원)를 들여 대형 이산화탄소 포집기를 설치했다. 이 시설은 하루에 약 1t의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서 포집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 100대가 하루에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다. 포집 규모가 커지면서 이산화탄소 1t을 포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최근 94달러까지 낮아졌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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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 엔지니어링은 대기에서 뽑아낸 이산화탄소로 가솔린과 같은 합성 연료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카본 엔지니어링은 화학 반응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고 바로 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우선 포집 설비에 달린 수백 개의 팬으로 외부 공기를 빨아들여 수산화칼슘 용액에 섞는다. 이산화탄소가 이 용액과 만나면 탄산칼슘 결정으로 바뀌는데, 이 결정을 섭씨 800~900도에서 가열해 순수한 이산화탄소를 얻을 수 있다. 이후 이산화탄소를 물에서 추출한 수소와 화학반응시켜 가솔린 연료를 생산한다.

키스 교수는 "이산화탄소 1t 포집에 평균 90달러가 들어갈 경우 가솔린 연료 1L를 생산하는 데 1달러가 든다"며 "현재는 하루 1배럴(약 160L)의 연료를 생산하는 수준인데 5년 뒤에는 400L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산화탄소는 농업 분야에서도 유용한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햇빛과 이산화탄소로 포도당을 합성하고 부산물로 산소를 방출한다. 이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오히려 농업에서 자원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 스위스 환경 기업 '클라임웍스'는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서 흡수해 인근 농장에 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 결과, 오이·토마토 등 농작물의 생산량이 20% 늘어났다.

◇증기 터빈 10배 효율 CO₂ 터빈 개발

이산화탄소는 전력 생산에도 쓰인다. 미국 에너지 스타트업 '넷파워'는 지난달 말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부근에 가스발전소 시운전에 들어갔다. 이 발전소에는 독특한 터빈이 탑재돼 있다. 수증기가 아닌 고온에서 압축된 이산화탄소의 힘으로 터빈을 돌린다. 보통 화력 발전소에서는 석탄이나 석유를 태워 물을 끓이고 이때 나오는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다. 석유나 석탄을 태우는 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넷파워 발전소에서는 압력을 대기압의 300배 수준으로 높여 이산화탄소를 기체이면서 액체처럼 밀도가 높은 상태로 만든다. 이제 이산화탄소는 수증기보다 밀도가 훨씬 높아져 더 강력한 힘으로 터빈을 돌릴 수 있다. 넷파워 관계자는 "이산화탄소로 터빈을 돌리면 기존 증기터빈의 10분의 1 크기로도 같은 전기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전 효율이 10배 높은 것이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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